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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

"109"

by inhyuk9501 2021.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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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유키는 고개를 끄덕이고 현관으로 내려가 슬리퍼를 신었다. 그리고 묵직한 나무 문을 열었다. 어제 찾아왔던 경찰이 어제보다 다소 험악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죄송합니다. 잘 주무셨나요?" 야윈 중년의 경찰이 곰상스럽게 웃으면서 물었다. "아, 예. 아침을 먹고 있었습니다." "하아. 그렇군요. 다른 분들도 모두 일어나셨습니까?" "네." "글ㄴ데 어제도 질문을 드렸습니다만, 그 후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까? 거동이 수상한 자를 봤다든지, 밤중에 무슨 소리가 났다든지." 거동이 수상한 자는 바로 뒤에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니요, 별다른 일은." "그렇군요." 경찰은 딱히 실망스러워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이 부근 별장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터였다. "저.....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이틀 계속해서 경찰이 이렇게 찾아오는 걸 보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다카유키가 묻자 경찰은 그가 빈정거린다고 해석했는지 모자 뒤로 손을 가져갔다. "죄송합니다. 모처럼 휴가를 즐기고 계실 텐데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와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은 어제 낮에 은행이 습격을 당한 터라....." "은행 강도란 말입니까?" 다카유키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인조였어요. 권총과 라이플로 무장하고 침입했습니다." 다카유키는 복잡한 심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흉기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범인들이 이 부근에 숨어 있다는 건가요?" "어제 시점에서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정도였죠. 범인의 차량이 이쪽으로 향했다는 증언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현재 단계에서는 조금 달라졌다는 말씀이군요." "네. 범인이 버리고 도망친 것으로 추정되는 차가 저기 수풀속에서 발견되었거든요. 현금이 든 커다란 자루 세 개를 들고 있으니까 걸어서는 그렇게 멀리 못 갔을 겁니다." 당신들의 추리가 맞다고 다카유키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부근에 있다면 상당히 위험하겠군요." 그러면서 다카유키는 팔짱을 끼고, 뒤에 있는 진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자신의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그 손가락을 보라는 뜻으로 경찰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무엇보다 상대가 무기를 소지하고 있으니 말이죠.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곳에서 빨리 철수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사람들에게 그렇게 전하도록 하죠." 재삼 신호를 보내는데도 경찰은 다카유키의 손가락을 보려하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젊은 경찰이 주차장 쪽에서 나타나 중년 경찰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하얀 프렐류드를 타고 온 사람이 있군요. "네? 아..... 네. 있어요." 시모조 레이코의 차였다. "운전석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군요. 잘 닫히지 않는다니 차 주인에게 알려 주시죠." 뭐야, 그런 거였어. 다카유키는 실망스러웠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경찰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개를 숙이고 돌아가려다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아 참, 다들 일어나셨다고 했죠?" "네, 그런데요." "그렇다면 커튼을 열어 두는 게 좋겠습니다. 저희들이 이 부근을 계속 순찰하고 있으니 밖에서도 안쪽의 상황을 볼 수 있으면 더 안전하겠죠. 안에 계신분들도 안심이 될 테고 말입니다." "그렇군요.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럼." 두 경찰은 가볍게 목례한 뒤 사라졌다. 다카유키가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진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 "하얀 프렐류드가 누구 차지?" 시모조 씨라고 하자 진이 안에다 대고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나오자 다카유키는 사정을 설명했다. "내가 또 그랬나 보네. 그 차는 문이 조금 무거워서 제대로 쾅 닫아야 하는데." "열쇠를 가지러 방에 가지 않아도 되나요?" "뒤 범퍼 안쪽에다 보조 키를 붙여 놨거든요." 그러고서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진이 그녀에게 권총을 들이댔다. "경찰이 어슬렁거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엉뚱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여기서 다 보고 있을 테니까." 시모조 레이코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은 남자를 힐끗 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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