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 문을 절반쯤 열어 놓은 채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다행이 주차장이 똑바로 내다보였다. 물론 다행이라는 것은 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지만. 레이코는 자신의 차로 다가가자 뒤 범퍼 안쪽에서 보조 키를 꺼내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잘 닫은 후 돌아왔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없었다. "현관문을 좀 더 열지. 경찰이 있는지 확인해야겠어." 진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지시했다. 하라는 대로 다카유키가 문을 더 열자 예의 경찰 둘이 문 근처를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거참, 귀찮게 구는군." 진이 투덜거렸다. 그때 다카유키의 눈결에 구두코로 지면에 뭐라고 쓰고 있는 시모조 레이코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다카유키 뒤에 숨어 있는 진에게는 안 보이는 듯했다. 레이코가 현관으로 들어오자 진은 다카유키에게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문이 닫히기 직전 다카유키는 레이코가 쓴 것을 보았다. 화장실 창문 바로 아래에 'SOS'라고 큰 글씨로 쓰여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레이코는 턱을 눈에 뜨이지 않게 살짝 아래로 당겼다. 라운지로 돌아온 진은 사람들을 모두 식탁에 앉으라고 한뒤 다구에게 말했다. "그 자식을 풀어 줘." "어쩌려고?" 도시아키의 손발을 묶은 수건을 풀면서 다구가 물었다. "커튼을 닫고 있자니 부자연스러워서 그러는 거야." 그리고 진은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 사이로 밖을 내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 "놈들이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있군. 다구, 다 됐나?" "이 사람들은 여기 앉아 있으면 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하지?" 다구가 그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허둥댔다. "창문 아래 앉아 있어. 밖에서 절대 보이지 않게." 진은 창문 바로 아래 벽에 기대어 앉으면서 유키에에게 총을 겨눴다. "이제 커튼을 연다. 괜히 허튼짓하며 시간 끌지 말고, 알겠어?" 유키에가 일어나 진의 지시에 따랐다. 다카유키의 위치에서는 펜스 너머에 있는 경찰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고개를 쭉 내밀어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길 보라는 게 아니라고. 다카유키가 속으로 외쳤다. 화장실 창문 아래야. 거기에 메시지가 있다고. 그러나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경찰은 결국 철수하고 말았다. 낙담한 다카유키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간 것 같군." 커튼 뒤에 숨어서 밖을 내다보던 진이 중얼거렸다. "커튼 닫자." 다구가 말했다. "계속 이러고 있는 건 너무 불편하잖아." "그건 안돼. 놈들이 또 올지도 몰라. 커튼을 닫았다 열었다하면 오히려 수상하게 여길 거야." "불편해서 싫다니까." "그럼 좋은 방법이 있지." 진이 계단을 올라갔다. 복도 중간에 약간 넓은 공간이 있고 거기에 조그만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는 그 의자에 앉아 난간 너머로 1층을 내려다 보았다. "라운지와 식당이 고스란히 보이는군. 여기서 지켜보면 되겠어."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우리 눈에 보이는 범위 안에서는 조금 자유롭게 놔두자고. 그러면 만의 하나 밖에서 보더라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거야. 아, 그리고 다구, 올라올 때 여자 한 명 데리고 와. 괜한 짓못하게 인질로 삼아야지." 그러자 다구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네 명의 여자를 핥듯이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가 시모조 레이코에게 다가갔다. "그 여자는 놔둬." 진이 위에서 지시했다. "같이 있어 봐야 아무 재미도 없을 테니까, 저쪽 여자로 해." 그가 가리킨 쪽은 유키에였다. 그녀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다구의 거대한 손바닥이 가녀린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 그녀가 조그맣게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거칠게 다루지 마." 기도가 일어나 애원하듯이 말했지만 다구가 힐끔 노려보자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앉아 버렸다. 다구는 유키에의 팔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 "자네들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노부히코가 그들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진이 히죽 웃으면서 권총을 다카유키에게 겨눴다. "저자에게 물어보라고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다카유키는 아까 경찰에게 들은 얘기를 했다. 은행 강도라고 하는데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그들의 언동을 보면서 얼마쯤은 모두들 상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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