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내 아쓰코는 운전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운전기를 데리고 온 것일까. "아, 하나는 시모조 씨 차야." 둘 중 작은 차를 가리키면서 도시아키가 말했다. "시모조 씨요?" "아직 모르나 보군. 새로운 비서야. 아버지와 같이 산책하고 있어. "아아....." 새로운 비서 얘기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아무튼 거기 그러고 있지 말고 어서 들어오라고. 술친구가 없어서 따분하던 참이었어." 그 말에 다카유키는 가방을 들고서 서둘러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문은 묵직한 나무 문이다. 무심코 그 문 위쪽을 바라보던 다카유키는 어. 하며 조금 놀랐다. 문 위의 벽에 나무로 만든 가면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거친 조각에 색도 칠하지 않은 단순한 것이지만 치켜뜬 눈과 옆으로 찢어진 입이 묘한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도모미의 부모님이 외국에 갔다가 기념품으로 사 온 부적 같은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아버지가 가끔 이상한 물건을 사들인다고 도모미가 투덜거렸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가면이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다카유키는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무언가 모를 불길한 예감이 그의 가슴을 스쳤다. 물론 그것은 아무 근거도 없는 예감이었다. 현관에서 구두를 벗고 들어가면 유리문이 또 하나 있다. 이렇게 현관이 이중인 것은 겨울 추위를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이 2층까지 뚫려 있는 라운지다. 라운지 앞으로는 베란다가 있고. 그 너머로 호수가 보인다. 베란다에 서면 이 별장이 호수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숫가 길에서 안쪽으로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호수에서 멀리 떨어진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도시아키가 바로 옆 계단으로 내려왔다. 폴로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일단 술부터 한잔하자고. 도쿄에서 여기까지 혼자 운전해 오느라고 피곤할 텐데." 그리고 그는 식당으로 들어가 양손에 캔 맥주를 두 개씩 들고 나왔다. 둘은 호수가 보이는 베란다로 나갔다. 거기에는 하얀 나무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도시아키가 앉자 다카유키도 그와 마주 보고 앉았다. 도시아키는 노부히코의 회사에 다닌다. 당연히 간부 후보다. 이제 겨우 서른 살인데 부장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가족 외에 누가 오는데요?" 다카유키가 묻자 도시아키는 맥주를 한 모금 꿀꺽 들이켜고서 대답했다. "우선 시노 씨 부녀가 올 거야. 그 사람들은 알지?" "네. 알죠. 도모미 씨가 소개해 준 후로 몇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시노 가즈마사 씨가 도모미 씨의 삼촌이죠?" "그래, 우리 어머니의 동생이지. 자네도 맥주 들지." 도시아키가 그렇게 말하자 다카유키는 "그럼." 하며 캔을 들었다. 손가락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그 부인도 따님도 꽤 미인이시던데요." "흠. 뭐. 그렇지. 그런데 숙모는 오늘 못 올 거야. 친정에 급한 볼일이 있는 모양이야." "아쉽군요." 다카유키가 그렇게 말하자 도시아키는 캔 맥주에서 입을 떼고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거라면 딸만으로 충분하겠지. 유키에가 굉장히 예뻐졌어." "네. 정말 예쁘더군요." 시노 유키에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다카유키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숙모 대신은 아니지만, 시노 부녀와 함께 기도라는 남자가 따라올 거야. 삼촌의 주치의지. 우리 아버지도 간혹 신세를 지고 있고." "주치의?" "삼촌은 심장이 좋지 않아. 뭐. 꼭 그래서만은 아니고, 그 남자의 아버지가 우리 어머니의 삼촌과 사촌이거든. 그러니까 내게는 육촌인 셈이지." "그렇군요. 그렇다면 와도 이상할 게 없겠네요." 다카유키가 그렇게 말하자 도시아키는 또 히죽 웃었다. "게다가 기도에게는 꼭 참석하고 싶은 이유가 있지." "그게 뭡니까?" 다카유키가 맥주 캔에서 입을 뗐다. "그 외에도 도모미의 친구인 게이코가 참석할 거야. 자네도 알지?" 다카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와 게이코라면 도모미가 소개해 준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가장 친한 친구라고 했다. 상당히 머리가 좋게 생긴 여자였다. "거기에 우리 둘까지 합하면 이번 모임의 참석자는 전부 아홉 명." 그때 현관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면서 유리문이 열리고 모리사키 부부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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