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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by inhyuk9501 202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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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유키는 스태프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직원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찰서에는 사고 목격자가 와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도모미는 핸들을 잘못 꺾었다기보다 핸들을 꺾을 의사가 거의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지역 경찰 교통과에서는 그 증언을 참고해 졸음운전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자살가능성도 고려했지만,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도모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카유키는 또한 그녀가 자살했다고 상상할 수 없었다. 빈소에서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부모님에게 깊이 머리 숙여 사과했다. 자신이 모든 것을 그녀에게 맡긴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고. 그녀가 너무 지친 나머지 사고를 일으킨것 같다고. 도모미의 아버지는 다카유키의 어깨를 두드리며 침울한 목소리로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도모미의 어머니는 그저 울기만 했다. 검은 리본이 걸린 도모미의 영정을 보고서도 다카유키는 그녀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밤이 되면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 올 것만 같았다. 최근에는 매일 밤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이다. 영정 옆에는 나흘 후면 그녀가 입을 예정이었던 하얀 웨딩드레스가 놓여 있었다.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속력을 충분히 늦추어 무사히 커브를 돌았다. 다카유키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지난 커브 길이 바로 문제의 지점이다. 그리 심한 커브는 아니지만 그런 사고가 있었던 만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모미가 저세상으로 떠난 지 석 달이 지났다. 어느덧 장마철도 끝나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는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도모미의 아버지 모리사키 노부히코로부터 함께 별장에 가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온 것은 지난주였다. 모리사키가에서는 해마다 여름이 오면 별장에서 며칠간 피서를 즐긴다. 다카유키도 올해는 도모미의 남편으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올해는 가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도모미가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말이야. 이엃게 말하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모리사키가의 응접실에 마주 앉았을 때 도모미의 아버지는 쓸쓸해 보이면서도 다소 수줍은 듯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다카유키는 기꺼이 가겠다고 대답했다. 도모미는 세상을 떠났지만 다카유키와 모리사키가의 관계가 아주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저쪽에서 식사를 같이하자고 부르는 일도 많았고 다카유키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도모미의 부모님을 찾아갔다. 도모미의 부모, 특히 어머니인 아쓰코는 지금도 여전히 그를 사윗감처럼 대했다. 다카유키 역시 그들과 계속 교류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사업상 유리하기도 했다. 모리사키 노부히코는 제약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인이지만 연예계와 문화에도 관심이 크고 그 방면에 인맥도 많았다. 사실 다카유키의 회사가 최근 호조를 보이는 것도 노부히코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도모미가 그런 일을 당하지 않고 무사히 결혼했다면 다카유키의 미래는 한층 밝고 견고해졌을 것이다. 아니지. 다카유키는 앞 유리창 너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고개를 살랑살랑 저었다.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계속 달려 마지막으로 가장 긴 비탈길을 내려가자 눈앞에 호수가 나타났다. 다카유키는 핸들을 왼쪽으로 꺾고 호숫가를 달렸다. 결혼식을 이곳에서 올리기로 한 후 몇 번이나 이 길을 달렸을지 모른다. 조수석에는 언제나 도모미가 앉아 새로운 생활의 꿈을 조잘조잘 얘기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혼자다. 도로 오른쪽으로 잔가지처럼 뻗어 있는 몇 갈래 길이 나타났다. 다카유키는 낯익은 레스토랑을 지난 지점에서 그중의 한 길로 들어섰다. 길가에 조그만 별장들이 조르르 들어서 있는데, 잠시 더 달리다 보면 정원이 넓은, 조금 더 크고 멋진 집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런 곳에도 서열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이 끝나는 곳에 한층 규모가 크고 웅장한 서양식 건물이 있다. 차를 몰고 철책에 둘러싸인 정원으로 둘러싸인 정원으로 들어서자 벌처 차 두대가 주차장에 서 있었다.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고 있자니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 왔나." 올려다보니 모리사키 도시아키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시아키는 다카유키의 처남이 될 뻔한 인물, 그러니까 도모미의 오빠다. "안녕하십니까. 다른 사람들은요?" "아버지는 산책하러 나갔고 다른 사람들은 아직이야." "차가 두 대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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