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도모미는 말했다. 그 얘기를 할 때 그녀의 눈은 평소보다 한결 반짝거렸다. "난 불만 없어. 도모미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돼." 처음 그녀의 얘기를 들었을 때 가시마 다카유키는 그렇게 대답했다. 도모미는 가슴에 두 손을 X자로 모으고 "아, 다행이다."하면서 기뻐했다. 결혼식 얘기였다.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서는 이미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다. 예식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의논해서 결정하라고 했다. 도모미의 부모님은 시기에 대해 내년 가을쯤이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카유키도 그때쯤 생각하고 있었다. 1년 정도는 여유가 있는 편이 좋다. 그런데 도모미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까지도 많이 기다렸는데....." 그리고 봄에 결혼식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다카유키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마땅한 식장을 잡을 수 있을까? 내년 봄이면 반년밖에 안남았잖아. 적어도 1년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고 친구들이 그러던데." 다카유키는 현실적인 문제를 내세웠다. "다들 으리으리한 호텔만 찾으니까 그렇지" 도모미는 그렇게 대답했다. "으리으리하지 않아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어느 정도는 무대를 준비해야지. 안 그러면 하객들에게 실례가 되잖아. 우리쪽은 몰라도 도모미 아버지는 사회적인 위치도 있으니까!" "사회적인 위치 같은 거 난 딱 질색이야." 그리고 도모미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눈을 살짝 위로 치켜뜨더니 그 얘기를 꺼냈다. 실은 희망하는 곳이 있다고. "아. 뭐야. 그럼 그렇다고 진작 말할 것이지." 다카유키는 쓴 웃음을 지었다. 도모미의 희망이란 그녀 아버지 소유의 별장 근처에 있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었다. 꽃에 둘러싸인 하얗고 조그만한 교회가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 그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을 본 적이 있거든. 화려하진 않았지만 마치 동화 속 세계 같았어." 그래서 그때 결심했다고 한다. 자신은 반드시 거기서 결혼 하겠다고. 다카유키가 승낙하자 도모미는 꿈에 부푼 소녀의 모습으로 그 교회에 어울리는 웨딩드레스에 대해 한참 얘기했다. 그런데 그 얘기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그녀는 고개를 약간숙이더니 가느다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니 꿈만 같네. 그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는커녕 결혼하는 일 자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다카유키는 웃었지만 도모미의 눈빛은 진지했다. "정말이야.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신기한데, 뭐. 지금까지 살아 있다니." 그리고 그녀는 "모두 다카유키 씨 덕분이야."라고 덧붙였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번에는 다카유키도 웃지 않았다. 그 이후 일은 도모미의 소녀 시절 꿈이 무사히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진전되었다. 교회가 작아서 본격적인 피로연을 할수 없기 때문에 손님을 많이 부를 수는 없으므로 친척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 그리고 지인 몇 명만 초대하기로 했다. 얘기를 전해 들은 도모미의 아버지는 도쿄로 돌아와서 피로연만이라도 다시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도모미는 시큰둥했지만 다카유키가 그녀를 설득해 가까스로 대답을 얻어 냈다. 결혼식 준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사자 둘이서 했다. 그 과정에서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정열적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교회와의 협의와 각종 조사를 거의 그녀 혼자서 해냈다.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 다가 왔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머지않아 두 사람은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할 터였다. 안전한 퀘도에 완전히 올라타 있었다. 그런데, 그날 다카유키는 평소처럼 출근했다. 그는 규모는 작지만 비디오를 제작하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업의 사내 연수용 비디오 교재를 만드는 것이 주된 업무였지만 최근에는 텔레비전이나 음악에 관련된 의뢰도 들어오고 있었다. 요컨대 이 업계에서 나름 성공을 거둔 부류였던 것이다. 그 전화는 다카유키가 스태프와 회의를 하는 도중에 걸려왔다. 수화기를 든 사람은 여자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사장님, 전화가 왔는데요. 모리사키 씨...... 아, 도모미 씨의 어머니래요." 그러자 스태프 한 명이 "드디어 올 게 왔군."이라고 내뱉었다. "신부 어머니가 한창 신경이 예민할 때잖아." 다카유키가 수화기를 받아 들었다. "전화 바꿨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애써 억누르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다카유키는 상대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음을 감지했다. "여보세요? 어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다카유키가 묻자 참고 있던 것을 쏟아 내듯 도모미의 어머니가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다카유키, 우리 도모미가..... 도모미가 죽었대....... 지금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차를 타고 가다가 절벽에서 추락했대." 간신히 그렇게 말하고서 그녀는 다시 울기만 했다. 다카유키는 수화기를 든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날 도모미는 식장으로 예정된 교회에 간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얘기할 게 있다는 것이었다. 사고는 돌아오는 길에 발생했다고 한다. 교회에서 고속도로로 향하는 도중의 산길에서 핸들을 잘못 꺾어 가드레일과 충돌한 후 그대로 절벽으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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