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을 데리고 창고로 간 진은 도시아키에게 자물쇠를 찾으라고 일렀다. 자물쇠는 전부 일곱 개가 있었고, 모두 상자에 들어 있는 새 물건이었다. "그대로 계단을 올라간다.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가자 맨 먼저 유키에가 방으로 들어갔다. 바깥창문에 빗장을 걸고 거기에 자물쇠를 채웠다. 열쇠는 두 개다 진이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샤워도 하고 느긋하게 쉬라고." 유키에를 방에 남겨 두고 문을 닫을 때 진이 오랜만에 여유를 보이며 말했다. 어찌 됐건 일단은 강도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덕분인지 유키에도 상당히 안도하는 표정을 보였다. 그녀는 다카유키와 눈이 마주치자 긴 속눈썹을 내리깔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게이코에 이어 시모조 레이코가 똑같은 방식으로 자기 방에 갇혔다. 그다음 아쓰코 차례가 되었을 때였다. "이 방에는 당신이 들어가야겠어." 진이 노부히코를 가리켰다. "부인이 나와 함께 라운지에 남는다." "아내는 지금 체력이 고갈된 상태일세, 나를 인질로 삼으면 되지 않나." "체력이 남아 있는 사람을 인질로 삼을 만큼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마이지, 제일 약한 사람을 잡고 있어야 당신들이 무슨 짓을 못하지. 안 그런가?" 안타깝지만 그의 말이 옳았다. 노부히코는 허탈한 듯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난 괜찮아요. 여버." 아쓰코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아쓰코......" "자, 부인도 승낙했으니 이제 당신은 사라지라고, 아니지. 그 전에." 진이 방 안을 가리켰다. "이 방에 전화가 있었지, 아마. 전화기는 내게 넘겨." 노부히코가 포기한 듯이 한숨을 쉬고는 진이 하라는 대로 했다. "1층 전화는 그대로 놔둘 거니까 긴급한 연락이 오면 전해주지.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도 받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길 테니까 말이야." 그다음 기도와 도시아키가 방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다카유키 순서가 되었다. "잘 쉬어요. 다카유키 씨." 혼자 인질로 밤을 새워야 할 아쓰코가 친절하게 말을 건냈다. "춥지 않으세요?" 그가 물었다. "응, 괜찮아." "걱정 말라고. 감기에는 걸리지 않게 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진을 노려보며 "제발 부탁하고 싶군."이라고 쏘아붙인 다카유키는 아쓰코를 향해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인사했다. 자물쇠는 보기보다 튼튼했다. 힘껏 잡아당기며 좌우로 흔들어 봤지만 조금도 헐거워지지 않았다. 다카유키는 이내 포기하고서 창가를 떠났다. 가령 자물쇠가 풀렸다 해도 창문으로 도망칠 마음은 없었다. 침대에 누워 오늘 일어난 몇 가지 일을 생각해 보았다. 시모조 레이코가 쓴 SOS는 어떻게 지워졌을까. 애써 설치한 타이머는 왜 또 코드가 끊겨 있었을까. 양쪽 다 진의 짓은 아니다. 그가 그걸 알았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질 중에 배신자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배신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강도가 이 별장에 계속 있으면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일까. 대체 어떤 이득이? 강도가 있음으로 해서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퍼뜩 떠오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강도가 있는 한 누구도 이 별장에서 나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배신자의 목적이 거기에 있다는 것인가.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 무언가가 명확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 긴장하고 있던 터라 신경이 너덜너덜 지쳐 있었다.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세면실까지 걸어가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얼굴을 씻은 다카유키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쓰러졌다. 갑자기 큰북 소리가 울렸다. 여름 축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큰북 소리라고 생각한 것은 폭죽을 쏘아 올리는 소리였다. 빨갛고 파란 빛의 구슬이 어둠 속에 퍼진다. 다카유키는 소년처럼 뛰어다니다 공중으로 폴짝 뛰어 불꽃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천천히 눈을 뜨니 회색 천장이 시야에 번졌다. 순간적으로 현재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몇 초가 지나서야 모리사키가의 별장에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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