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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

"169"

by inhyuk9501 202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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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자신은 지금 강도들에게 감금되어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을 마구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폭죽 소리라고 생각한 것은 그 소리인 듯했다. 일어나 문을 열었다. 진의 뻘건 눈이 바로 앞에 있었다. "실컷 잔 모양이군." 그는 분하다는 듯이 말했다. "난 한숨도 못 잤다고." "그거 미안하게 됐군." "그거 미안하게 됐군."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얼빠진 소리를 하고 말았다. 그가 잠을 잤든 안 잤든 다카유키가 알 바 아니었다. "개운하게 세수를 하고 밑으로 내려간다." "라운지에서 또 눈싸움을 하자는 건가?" "투덜거리지 말고 하라면 해." 진이 권총을 들이댔다. 그 총구도 처음 봤을 때보다는 위압감이 덜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진의 지시대로 세수를 하고 1층으로 내려가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내려와 있었다. 아쓰코는 노부히코에게 안겨 눈을 감고 있다. 강도범과 단둘이 밤을 밝혔으니 기력이 다했을 것이다. 덩치 큰 다구도 깨어나 있었다. 다구는 잠을 푹 잤는지 라이플을 든 채로 체조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이 없잖아." 계단 위에서 진이 말했다. "유키에 씨가 안 보이네." 게이코가 말했다. "그 미인 아가씨가?" 진이 복도를 걸어 유키에의 방문을 두드렸다. "곱게 자라 아침에 약한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다른 사람들은 다 모였어." 그러고서 몇 번이나 문을 두드리던 그는 계단 쪽으로 돌아왔다. "다구, 이리 좀 와 바. 대답이 없어. 도망쳤을지도 모른다고." "유키에 씨가?" 다구보다 먼저 기도가 일어섰다. "당신들은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진이 위에서 외쳤다. 그러나 기도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다구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다카유키와 도시아키도 그 뒤를 따랐다. 다구가 손잡이를 잡았다. 문이 잠겨 있어 열리지 않았다. 다구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온몸으로 문을 향해 돌진했다. 두 번을 그렇게 하자 문이 열렸다. "유키에 씨...... 아잇!" 다구가 이어 뛰어 들어간 기도가 절규했다. 그 뒤에서 그녀의 모습을 본 다카유키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유키에는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그러나 그 등에는 칼이 꽃혀 있고 온몸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움직이지 마, 다들 꼼짝 말고 있어.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다. 알겠나!" 진은 권총을 휘드르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움직이지 말라고 하지 않아도 모두가 그 자리에 우뚝 선 채였다. 다카유키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파악되지 않아 멍하니 등에 꽃힌 칼만 바라보고 있었다. "유키에 씨, 아아, 유키에 씨....... 어떻게 이런 일이......아아." 기도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머리칼을 쥐어뜯었다. 진이 그런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시끄러워, 조용히 해!" 기도는 시음하며 옆으로 쓰러졌다. 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권총으로 인질을 위협하고 발바닥을 미끄러뜨리듯 하면서 침대로 다가갔다. 다구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벽에 들러붙어 있었다. 유키에는 엎드린 자세로 베개에 얼굴 절반을 묻고 있었다. 저쪽을 향하고 있어 이쪽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진은 볼을 실룩거리며 유키에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가 꿀꺽침을 삼키는 것을 목울대의 움직임으로 알 수 있었다. "어이." 격양된 목소리로 진이 기도를 불렀다. "당신, 의사라고 했지? 이쪽으로 와서 좀 봐야겠어. 살아날 가망이 있는지." 진의 명령에 기도는 비틀비틀 일어났다. 그리고 침대로 다가가 유키에의 손을 잡았다. "아아, 이럴 수가. 유키에 씨가 이런 일을 당하다니," 그는 그녀의 죽음을 판별하기도 전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 꼴에 울화가 치민 진이 소리쳤다. "징징 짜지 말고 빨리 어떻게 해 보라고. 의사라면서. 시신은 수도 없이 봤을 거 아냐." 그런 소리를 듣고서야 기도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유키에의 맥을 짚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스탠드 불을 비춰 동공의 반응을 살폈다. "살 수 있겠어?" 진이 물었지만 기도는 멀거니 선 채 유키에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러다 진이 다시 한 번 "어이." 하고 소리를 지르자 짐승처럼 외치면서 진에게 덤벼들었다. "으악, 뭐야. 너 이 자식. 무슨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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