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자기 바쁜데 아침에 일어나는게 왜 리헉게 힘든 걸까? 내 에너지는 어디로 다 휘발되는 걸까? 소비되는 만큼 충전은 되는 걸까? 왜 이렇게 무기력해진 걸까? 업무가 적성에 안 맞는 걸까? 회사가 문제인가? 휴가나 여행이 필요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4시쯤 눈이 떠졌다. 평소 같으면 다시 잠을 청했을 테지만 유난히 정신이 말똥말똥했다. 출근할 생각을 하니 몸살이 오는 것 같아 홍삼 제조기에 데워져 있던 차를 따라서 식탁 의자에 앉았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벽의 고여였다. 너무 조용해서 귀에서 윙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모처럼 일찍 일어났으니 책상 정리나 해볼까? 하고 일어났다가 곧 '에이, 어차피 주말에 또 청소할 텐데' 하고 들었던 걸레를 다시 내려놓았다. 책이나 읽을까 싶어 책장을 훑어봤지만 회사에서도 종일 글을 읽는데 아침부터 또 글을 읽기 싫어 그만뒀다. 운동을 가려고 마음먹었다가 '추워 주겠는데 무슨 운동?' 하고 포기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무기력증일까? 아니면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어 우울증이 도진 걸까? 그날따라 따듯한 차를 마시며 조용히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 앉아 있자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정말 오랜만에 갖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동안 쌓아뒀던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한 감정을 스스로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평소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탐탁지 않아 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나도 저렇게 행동해야 하나?.' '저렇게 꾸며야하나?.' 이런 식으로 말을 해야했나?라고 생각하며 나와 그들을 계속 비교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는 빈 종이에 현재 문제점, 원인, 해결 방안, 결론을 적을 표를 만든 뒤 생각을 하나씩 정리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친구들을 만나도 즐겁지 않았다. 애매한 인간관계, 필요 없는 서류만 쌓인 책상과 책상만큼 어지러운 마음을 모두 정리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머릿속을 정리했던 그 새벽은 지친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 돼줬다. 스스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던 나에게 잠시 멈춰서 삶을 가듬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속으로 외쳤다. '그래, 오늘도 파이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길에 나섰다. 회사에 도착해서 동료들에게 밝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김유진입니다. 어제의 저는 잊어주세요. 오늘부터 다시 태어났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 변호사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괜찮으신거 맞죠.?"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나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잘해보겠다는 새벽의 다짐 때문이었을까? 금요일도 아닌데 마음이 가벼웠다. 다음날에도 평소 기상 시간보다 두시간 더 일찍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빈 종이에 속마음을 써내려갔다. 무엇이 나를 화게 하는지, 내가 지켜야 할 나만의 기준은 무엇이고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렇게 한 걸음 물러서서 스스로를 관찰하고 점검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정리가 다 끝났다고 판단될 때까지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새벽 기상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취침 시간이 빨라져 시작된 일이었지만 점차 긍정의 에너지라는 즉각적인 보상 자체에 길들여져 일찍 일어나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평소 일과나 직장 생활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었지만 단순히 하루를 조금 빨리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게 달라졌다. 아침에 회사에 지각할까 봐 불안해하며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출근을 준비하며 내 상태를 점검할 수 있었다. 새로운 계절이 오면 옷장의 옷을 정리하듯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나를 돌아보고 불필요한 걱정을 정리 했다. 그러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아무리 잠을 자도 쌓이지 않던 에너지가 충전이 된 걸까? 이렇게 보니 내 삶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퇴사 역시 하지 않았다. 견딜 힘이 생겨서인지, 정말 내가 변해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직장 생활에 자신감이 생겼다. 회사 일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할 수 있는 일'로 느껴졌다. 예전 같으면 "팀장님, 저 잘하고 있어요? 뭐 잘못하고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라고 눈치 보며 물어봤을 텐데 지금은 "이번 소송은 이길 것 같은데요? 저에게 맡겨주세요!"라고 먼저 이야기하곤한다. 이런 자신감 넘치는 말에 가끔 팀장님은 "그 마인드 좋아요, 그런데 전무님께는 그렇게 말하지마세요, 너무 크게 기대하실 수 있으니..."하고 불안해한다. 역시 회사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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