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 나는 미국에서의 모든 공부와 1년의 법원 펠로우 십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대기업에 취직하면서 변호사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꿈에 그리던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원해온 직장에 합격한 것이다. 드디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다니 세상 모든걸 다 가진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공부도, 시험도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 회사만 열심히 다니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나의 하루는 다른 직장인처럼 평범하게 흘러갔다. 6시 30분에 오는 통근 버스를 타기위해 6시에 일어나 씻고 출근했다. 이동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온라인 기사를 읽었다.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다가 여유가 생기면 동료들과 잠깐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어쩌다 눈치 보며 칼퇴근하는 날에는 친구를 불러내서 치콜을 하거나 집에 와서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이렇게 비슷한 일상은 한동안 계속됐다.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고 회사에 가서 일을 했다. 가끔은 퇴근 후 억지로라도 헬스장에 들러 하는 둥 마는 둥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뒤 바로 잠에 들었다. 이 생활이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똑같은 루틴이 당연하다 믿었다. 나는 이제 학생이 아니라 변호사이자 직장인이니 새로운 일이나 튀는 행동을 해서는 안되며 그저 회사만 열심히 다니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직장동료들도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매일 조용히 일만 하며 평범한 나날을 보냈다. 직장인이 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평일 저녁과 주말에 억지로 더 자게 됐다는 것이었다. 피로가 누적돼 회사 생활에 지장이 생길까 봐 불안했기 때문이다.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믿었다. 사실 이렇게라도 쉬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지난 몇 년간 로스쿨 입학 준비하랴, 성적 관리하랴, 시험공부 하랴, 취업 준비하랴,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겨우 변호사가 됐는데 사회생활은 변호사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히믈어서도 열심히 해서도 안된다. 그냥 최대한 쉬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를 방치했다. 어쩌다 생긴 쉬는 시간에 특별히 무언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침대와 하나가 돼 핸드폰으로 친구들의 SNS를 보거나 연예 기사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월요일에는 다시 달려야 하니까, 나만 쉬는게 아니니까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쉬어도 에너지는 채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지치고 짜증이 늘고 우울함을 느꼇다. 어느날에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또 다른 날에는 저녁도 거르고 잠만잤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어느 평범한 아침이었다.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책상에 위에 놓인 노트북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났다. 누가 괴롭히는 것도 아닌데 숨이 막혔다 누군가 우는 내 모습을 볼까 봐 화장실로 황급히 피했다. 휴... 도대체 뭐하냐 하고 혼잣말을 하며 세수했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나는 점점 변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하루를 잘 견디는것만으로 만족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숨통을 조였다. 눈을 뜰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쓸데없이 고민하며 점점 지쳐갔다. 퇴근 후에도 회사에서 실수는 안 했는지, 더 잘할 수는 없었는지, 내일 제출해야 할 서류는 다 준비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각종 영양제란 영양제는 다 챙겨 먹었는데도 자주 피곤해졌다. 게다가 오랜 외국 생활 때문인지 나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점을 지적받았다. 미국에서 문제없었던 행동이 한국에서는 오해를 사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동료는 물론 한국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이야기할 때 실수할까 봐 항상 긴장했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은 다 잘못됐고 내가 하는 말은 다 부적절한 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자주 봤고 친구는 물론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누구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존감도 낮아졌다. 죽도록 공부할 때 겪었던 마음의 병을 냉정한 사회를 경험하면서 다시 앓게 된 것이다. 변호사동기, 직장 선배, 친구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지만 이런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원래 다그래. 우리 하는 일이 다 그렇자, 뭐' '김 변호사, 회사에서는 그러면 안 돼요' '유진아, 그건 우리나라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야.' 참고 참다가 결국 나는 폭발해버렸다. 어느 날 저녁, 팀 단체 채팅방에 그동안 담아뒀던 화를 쏟아낸 것이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팀장님에게 불려가 혼이 났다.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에 반성은커녕'2주 안에 퇴사하겠다'라고 다짐하며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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