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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들의 아침습관

by inhyuk9501 202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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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를 제출하고 나서도 '로스쿨 2학년생이 소송 전문 로펌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다'는 커리어 어드바이저의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성적이 우수하고 소송 분야에 경력이 있는 학생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커리어 어드바이저는 "지금이 상태로는 지원해도 서류 심사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라고 나를 설득했다. 결국 나는 내가 꿈꿔온 기회를 직접 만들기로 다짐했다. 오전 오후에는 수업 가랴, 숙제하랴, 면접 보랴 정신이 없으니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따로 도전의 시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2주 정도 새벽마다 미국 전역의 내가 함께 일해보고 싶은 로펌과 변호사님에게 이메일로 직접지원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밑져야 본전이었다. 물론 해당 분야에 맞게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 투자는 가치 있어 보였다. 실력이 부족한데 지원한다는 사실이 내심 창피해 새벽에 몰래 지원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자투리 시간에 하는 일이니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무려 두 곳에서 이메일이 온 것이다. 하나는 서류 심사에 합격했으니 면접이 가능한 시간을 회신해달라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담당 변호사님이 직접 보낸 이메일이었다. 내가 지원한 로펌을 나가서 새로운 사무실을 차릴 계획인데 그곳에서 함께 일할 생각 없느냐는 내용이었다. 참 신기했다. 가만히 있었으면 절대 오지 않았을 기회였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잃은 게 없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도전해봤더니 새로운 문이 열린 것이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두 곳 모두 면접을 봤고 따로 연락해준 변호사님과 일할 영광을 얻었다. 그렇게 나는 최고의 스승을 만났다. 그곳에서 좋은 경력도 쌓을 수 있었다. 민사 소송부터 각종 형사 사건까지, 고객 미팅은 물론 서면 작성, 증거 조사, 법원 참석 등 안해본 일이 없을 만큼 모든 과정을 일대일로 배워나갔다. 로스쿨 학생이 서머 포지션에서 이런 실무를 직접 경험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기에 더욱 열심히 배웠다. 그 덕분인지 방학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변호사님과 일할 수 있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서 연방 법원에서 또 다른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때 함께 일했던 변호사님은 미국 대통령의 지명으로 미국 조지아주 연방 검사장이 됐다. 이렇게 대단한 분과 함께 일했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지금도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한 일이었다. 나조차 어느 정도는 내심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차피 자투리 시간에 하는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도해보니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어차피 안 된다는, 바쁘다는 이유로 포기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도 나는 새벽에 도전의 시간을 갖는다. 물론 아침 일찍 일어나 생소한 무언가에 도전하는 게 피곤하고 힘들 것이다. 목적지가 보이지 않을 때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매번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너스 타임에 실패한다고 해서 본게임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하지 않고 한 발 두발 묵묵히 걸어가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멀리 왔다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더욱 앞으로 질주할 힘을 얻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새벽 기상의 진정한 마법이다. 한때는 항상 앞서가야 성공하는 줄 알았다. 꿈을 이루는 데는 다 적절한 때가 있고, 그 시기를 놓치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무엇이든 미리, 빨리 가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 나는 어렸을 때 이민을 갔다가 고등학생 시절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우리나와 외국의 교육 시스템이 다른 탓에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다시 들어야 했다. 그 사실이 탐탁지 않았던 나는 검정고시를 봤다. 또래 친구들보다 1년이나 뒤처지는 걸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4년,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교에 입학할 당시의 나이는 만 열여덟 살이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1년 정도 이른 나이였다. 그마저도 뭐가 그리 급했는지 4년제 과정을 3년 만에 끝내고 2007년에 졸업했다. 대학교를 빨리 졸업하고 LSAT을 본 뒤 로스쿨 3년 과정을 졸업하면 스물다섯 살에는 변호사가 될 수 있을거라고 인생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목표도 뚜렸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몇 살에는 이걸 해야 한다'고 세상이 생각하는 기준보다 더 앞서가고 싶었고 실제로 더 빠르게 움직였다. 말 그대로 남들보다 빠른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계획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원하는 LSAT 점수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회생활을 일찍 시각했지만 생각처럼 돈이 모이지 않았다. 왜 내가 하는 일은 다 실패하는걸까? 아무리 노력해도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늘 분만이 가득했던 그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두를 앞지르면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는데,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철저하게 세운 계획을 따르면 될 줄 알았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는 변호사가 될 때까지 예상하지 못한 많은 문턱을 넘어야 했다. 또 한 수없이 많은 걸림돌 때문에 넘어지고 일어나고 또 넘어지고를 반복해야 했다. 스스로 생각했던 거서보다 더 긴 시간과 더 많은 관문을 거쳐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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