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내 그 야비한 미소를 되찾더니 총구로 자신의 볼을 긁었다. "우리가 뭘 노리는지는 둘째 치고, 당신들 역시 딸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고 얼굴에 쓰여 있는데, 뭘. 관계자가 여기 다 모였잖아. 그건 뭔가를 분명히 하자는 목적이 있어서 아니겠어.? 진의 말이 끝나자 노부히코는 고개를 한 번 젓고는 아내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다카유키의 눈에는 그가 아쓰코의 손을 더욱더 힘주어 잡는 것처럼 보였다. "뭐라고 말을 좀 해 봐, 어?" 진이 위에서 고함을 질렀지만 노부히코는 입을 열 뜻이 없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를 주목했지만 그가 반을을 보이지 않자 이내 원래 자세로 돌아갔다. "한심한 사람이로군." 진이 혀를 끌끌 찼다. 지금까지보다 한층 무거운 침묵이 이어질 듯한 예감이 들었다.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모두를 압도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 침묵을 깨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님 역시 저와 생각이 같으시군요." 그렇게 말한 사람은 게이코였다. "어젯밤에 제가 그렇게 주장했을 때 아버님은 반대파셨어요. 그런데 사실은 아니었던 거죠. 저와 같은 의문을 품고 계셨어요." "게이코, 그런 건 아니다." 노부히코가 부정했다. "아니에요." 그녀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요." "아무튼 지금은 그 얘기를 하지 말자." 그리고 노부히코가 힐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지금은 그 얘기를 하고 싶지 않군." "이런 때니까 그런 얘기도 할 수 있는 거죠. 가령 이곳에서 무사히 돌아가게 된다면 영영 할 수 없을 거에요. 평온한 생활로 돌아간 기쁨에, 그 생활에 조금이라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얘기는 피하려 하겠죠." "피하면 어떤가, 유쾌한 얘기도 아닌데." "아버님은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도모미를 죽인 범인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게이코." 그녀의 입을 막으려는 듯이 노부히코가 준엄하게 말했다. "그렇게 경솔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아니, 나도 들었어." 진이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죽였다고 했지. 당신 딸을 죽인 범인이 있다고 말이야. 다구, 너도 들었지? 우리가 아주 재미있는 곳에 숨어들었나 보군." "오해하지 말게. 그녀 멋대로 한 말이야. 그녀는 소설가라네. 아무래도 상상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한 모양이군, 딸은 분명히 사고로 죽었네, 게다가 딸을 죽여 봐야 득이 될 사람은 아무도 없어." "상상이 아니에요. 아버님도 운전에 그토록 예민한 도모미가 같은 실수를 두 번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시잖아요. 그리고 이득이 있어야만 동기가 있는 것은 아니죠. 원한이나 복수가 훨씬 강력한 에너지가 될 수도 있어요." 게이코가 반론에 열을 올렸다. "말이 안 되는 얘기야. 대체 누가 도모미에게 복수를 하고 원한을 품는다는 말인가. 이제 그만하지. 그런 얘기는." 답답하다는 듯이 노부히코가 두 손을 얼굴 앞에 들고 흔들었다. 그런 태도를 비웃듯 진이 말했다. "거참, 왜 그렇게 허둥대시나, 내가 봐도 이야기를 얼버무리기에 혈안인 것 같은데." "얼버무리기는." "그렇다면 흑백을 분명히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모리사키제약의 딸은 사고로 죽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살해당했을 수도 있다. 우리가 그렇게 의혹을 품은 채 여기서 나가게 되면 뒷맛도 씁쓸할 텐데 말이야." "자네들이 의혹을 품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네. 틀림없는 사고였어. 경찰에서도 결론을 내린 일이고, 그 결론을 뒤집을 근거도 없고, 사고가 아니었다는 증거도 없다네, 노부히코는 그렇게 말했지만 확연히 불안해하는 표정이었다. 두 사람이 끝까지 성공적으로 도망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붙잡혔을 경우에는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놓게 될 것이다. "전에 경찰 관계자를 취재한 적이 있었는데요." 게이코가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얘기를 꺼냈다. "자기 실책으로 사고를 당했을 때, 특히 범죄와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부검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도모미가 수면제를 먹었다고 해도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어요." "호오오오." 진이 괴상한 소리를 냈다. "누군가가 수면제를 먹였다는 건가? 그것참, 재미있군. 그렇다면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긴데." 아무리 말려도 계속해서 자신의 견해를 펼치는 게이코를 보는 노부히코의 눈에는 거의 증오라고 해도 좋을 만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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