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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

"138"

by inhyuk9501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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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듣고 싶다면 다른 기회에 너 혼자서 듣거라, 난 듣고 싶지 않다." "뭐야, 벌써 끝난 거야?" 머리 위에서 진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분위기가 겨우 무르익었는데 말이야. 나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데 이대로 끝내도 좋은 건가, 어?" "멋대로들 마음껏 상상하라고." 노부히코가 목소리를 쥐어 짜내듯이 말했다. 다카유키는 지금 이렇게 의견을 나누는 동안에는 신기하게도 모두들 자신이 인질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도모미의 죽음에 관심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어색한 침묵이 좌중을 지배했다. 소리 내기가 꺼려질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도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필 케이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다카유키는 관할 경찰서로 달려갔다. 도모미의 시신은 이미 입관된 상태였다. 한발 앞서 도착한 도모미의 부모님과 도시아키, 시노 가즈마사와 유키에 부녀의 모습이 보였다. 아쓰코는 그때도 이미 울고 있었지만 다카유키를 보자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담당 주임이라는 경찰관이 "유품입니다. 확인해 보시죠." 라면서 책상에 몇 가지 물건을 늘어놓았다. 콤팩트와 지갑, 핸드백 등이었다. 그중에는 펜던트형 필 케이스도 있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하면서 노부히코가 그것들을 주머니 하나에담았다. 관을 싣고 영구차가 출발하자 다카유키도 차를 몰고 그 뒤를 따랐다. 노부히코는 다카유키의 차 조수석에, 아쓰코는 뒷좌석에 탔다. 그녀는 계속 울기만 했다. 도중에 잠시 쉬기 위해 휴게소에 들렀을 때 다카유키는 유품을 살펴보았다. 필 케이스 안에는 분명히 낯익은 약 두 알이 들어 있었다. "도모미는 그날 그 약을 먹지 않았어. 그 점 하나는 확실해." 자신의 기억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다카유키는 살며시 고개를 끄덖였다. 5시가 지나자 다시 커튼을 쳤다. 밖은 아직 환하지만 이 정도 시간이면 커튼을 쳐도 부자연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진은 여자 네 명에게 저녁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우리도 내일은 나갈 거야. 이게 마지막 디너인 셈이지. 그러니 어디 솜씨를 한껏 부려 보라고, 재료를 듬뿍 써서 말이야." 진이 그렇게 농담을 했을 때였다. 또 현관 벨이 울렸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또 그놈들이야." 다구가 커튼 사이로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진이 혀를 끌끌찼다. "대체 몇 번을 오는 거야. 이번에는 또 뭐지." "어쩔 수 없잖아. 놈들이 자네들을 찾고 있으니 발견할 때까지 끈질기게 순찬을 돌지 않겠어?" 바닥에 누워 있던 도시아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아무튼 한시 빨리 나가지 않으면 이 별장을 수상히 여기겠지." 다카유키가 진이 지명하기도 전에 일어서며 말했다. 내심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흥분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 'SOS'를 경찰에게 알려야 한다. 어두워지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좋아, 당신은 침착하니까 잘 부탁하겠어. 오늘 아침에 했던 대로, 문은 최대한 조금만 연다." 여러 가지로 지시를 받은 후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20센티미터 정도 열자 낯익은 중년 경찰의 얼굴이 보였다. "이렇게 자꾸 찾아와서 죄송하군요." 경찰은 머리를 숙였다. "실은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아서 말이죠. 이 부근의 별장을 다시 한 번 도는 중입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죄송하지만 실내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안으로 들어오시겠다는 겁니까?" "네, 협조해 주십시오."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서 다카유키는 문을 닫았다. 진의 안색이 싹 바뀌었다. "무슨 꿍꿍이야, 저 자식." "어떻게 하지?" 다카유키는 그의 낭패한 모습을 마치 남의 일인 양 바라보았다. 진은 다카유키를 데릭 라운지로 돌아와 동료에게 상황을 빠르게 설명했다. 다구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들과 반대로 인질들, 특히 여자들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떠올랐다. "다구, 여자들 모두와 이 남자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 어느 방에든 들어가서 안에서 문을 잠가." "이 남자"에 선택된 사람은 기도였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경찰들이 기도의 표정을 보면 이 별장에 변고가 생겼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다. 다구는 왼쪽 끝 방, 즉 다카유키의 방으로 모두를 데리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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