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다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 진은 노부히코와 도시아키에게 총구를 겨눴다. "자, 당신들도 같이 간다. 여자들 목숨이 아까우면 하라는 대로 해." 다카유키는 다시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뒤에 노부히코와 도시아키, 진이 따라와서 섰다. "들어오시죠." 다카유키가 말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경찰은 모자의 챙을 잡고 머리를 숙였다. 남자가 네 명이나 현관으로 나온 것에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는 것 같았다. 라운지로 들어간 경찰은 거기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란 듯했다. "지금 묵고 있는 사람이 당신들뿐입니까?" 남자 네 명을 힐금거리면서 경찰이 물었다. "아니요, 제 아내도 있습니다. 지금 자기 방에 있어요." 다카유키 뒤에서 그렇게 말한 사람은 진이었다. 목소리와 말투가 조금 전과는 싹 바뀌어 마치 다른 사람같았다. "아, 그렇군요." 경찰은 라운지와 식당을 둘러보고 나서 다시 노부히코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이 별장 주인 모리사키 씨입니까?" "그렇소." "그럼, 이분들은....." "이쪽은 아들 도시앜, 이쪽은 딸의 애인 가시마 씨, 그리고 이쪽은......" "모리사키 씨의 부하 직원인 진노입니다." 진이 반듯하게 머리 숙여 인사했다. "아하, 가족끼리 쉬러 오셨군요. 부럽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경찰은 은행 강도에게 친절한 미소를 보이고는 계단으로 가까이 갔다. "위층 방을 봐도 될까요?" "그거야 상관없소만...." 노부히코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별게 없어요. 게다가 자고 있는 여자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냥 한번 휘둘러 보면 됩니다." 그리고 경찰은 계단을 올라가 바로 앞에 있는 문을 노크했다. "그건 제 방입니다. 아무도 없어요." 도시아키가 말했다. 경찰은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더니 "그런 것 같군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복도를 걸어 맨 끝 방 앞에 가서 멈췄다. 그러자 다카유키 옆에 있던 진이 경찰을 향해 권총을 조준했다. 여차하면 쏴 죽일 작정인 것이다. 경찰이 문을 두드렸다. 다카유키는 마른침을 삼켰다. 입안이 칼칼했다. 아무 반응이 없자 경찰이 다시 한 번 노크를 하려 할 때 였다. 문이 안에서 열리더니 시모조 레이코가 단전한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는 경찰을 보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죠?" "아니..... 잠시 이 부근을 순찰하고 있는 중입니다." 경찰이 살짝 당황한 투로 말했다. "이 방에 혼자 계신 겁니까?" "아니요. 다른 사람도 있는데요." "잠시 안을 봤으면 합니다만." 경찰의 말과 동시에 진이 팔짱을 낀 겨드랑이에 권총을 숨기며 계단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방 안을...... 말인가요?" 그러고서 시모조 레이코가 킥킥 웃기 시작했다. "그건 상관없는데, 저희는 지금 내일 입을 수영복을 입어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다들 옷을 벗고 있는데...." "아, 네....." 하며 경찰이 다급히 문전에서 비켜났다. "그래도 꼭 봐야겠다면 들어오셔도 괜찮아요." "아니,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경찰이 물러서는 것을 보고서 다카유키는 과연 시모조 레이코라고 감탄했다. 얼굴을 붉히며 내려온 경찰은 다카유키를 비롯한 남자들에게 쑥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거참, 요즘 여자들은 대담해서 말이죠." "들어가 봤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군요." 권총을 바지 안에 숨기고서 진이 말했다. "무슨 말씀을, 그랬다가는 기절하고 말 겁니다." 둔감한 경찰은 범인에게 농담을 건네며 현관으로 갔다. 다카유키는 얼른 그를 뒤따라갔다.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듭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이제 다시 안 와도 될 것 같군요. 밤이 되면 위험하니까 문단속 철저히 하십시오." 경찰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한 다카유키는 손잡이를 잡는 척하면서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진이 눈치채기 전에 'SOS'라 쓰여 있는 지면을 가리키려 했다. 그런데 거기에 글자가 없었다. 대신 그 부근 땅이 젖어 있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다카유키의 놀란 속내를 모르는 채 경찰은 경례를 하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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