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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

"182"

by inhyuk9501 2022.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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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기도가 두 파에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너희들이 한 짓이잖아." "난 모르는 일이야." 너희들, 이라고 복수로 말한 것이 거슬리는지 다구가 불끈화를 내며 말했다. "난 내내 자고 있었다고." "그래, 그랬지." 진이 다구를 향해 말했다. "넌 자고 있었어. 이 중요한 때에 말이지. 나는 밤새워 이 집을 지키고 있는데, 너는 바로 옆에서 코를 드르렁거리면서 잤지. 덕분에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지고 말았어. 정말 골치가 아프군."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다구가 같은 말을 집요하게 반복했다. "그저 자고 있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은지 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아쓰코, 당신은 밤새 잤어?" 노부히코가 아내에게 물었다. 그녀는 애매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대로 잔 기억은 없지만 간혹 꾸벅꾸벅 졸기는 했어요." "졸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오래 잤을 수도 있어요." 도시아키가 말했다. "어머니가 잠든 틈에 욕정을 느낀 어느 놈인가가 눈독을 들인 여자 방으로 몰래 숨어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요." "이봐, 그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 진이 안색을 바꾸며 도시아키를 윽박질렀다. "나도 이 짓, 목숨 걸고 하는 거야. 이럴 때는 여자를 안고 싶은 기분 따위는 얼마든지 자제할 수 있다고." "그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지." 기도가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고 말했다. "어제도 유키에 씨를 방으로 데려가려고 했잖아. 그때는 결국 그러지 못했지만.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했어. 잊어버렸다는 말은 못하겠지." "잊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 어젯밤 나는 혼자서 이 집을 지켰어. 알겠나? 만약 여자를 안고 있는 걸 누가 알아채기라도 했어 봐, 몰래 경찰에 연락을 할 테고. 그러면 끝장이잖아. 그런 위험한 짓을 내가 할 거라고 생각하나?" "네놈들이 하는 말을 어떻게 믿어." 기도가 다시 머리를 두 팔 사이에 처박았다. 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봐, 중요한 걸 깜빡한 것 같은데, 당신네들도 그랬겠지만 그 여자도 분명히 방문을 잠갔을 거라고,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 방에 들어간다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 말이야." "협박했겠지." "어떤 식으로 협박을 했다는 거지? 문 안 열면 죽인다. 그렇게? 어느 바보가 그런다고 문을 열겠어. 겁이 나서 더 안 열지. 그리고 여자가 소리를 지르면 당신네들이 깨어날 텐데. 뻔한 거 아니야?" "그건....." 기도의 말문이 막혔다. 상대의 말이 타당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유키에가 문을 잠그지 않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어떻게 방 안으로 들어갔을까. "내가 말하지.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잘 아는 인간일 거야. 그런 자가 문을 두드리면 당연히 열어 줄 테니까. 요컨대 수상한 놈은 당신네들 중에 있다는 말이지." "무슨 소리야. 얼토당토않은 말을 다 하는군." 노부히코가 언성을 높였다. "올토당토않은 말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데.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진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아니지, 당신네들도 알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 여자의 방에 몰래 들어갈 리 없다는 것쯤은, 꾸벅꾸벅 졸았다고 하지만 여기 있는 이 부인께서 전혀 몰랐을 리도 없고. 그 빡에도 내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면 성가신 모순들이 줄줄이 생긴다는 걸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당신네들은 어떻게든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우리를 의심하는 척하는 거야. 우리를 의심하는 동안은 당신네들의 인간관계가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런 연극을 계속하는 데도 한계라는게 있는 법이야." 그리고 그는 잠시 틈을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당신네들 입으로 직접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서 내가 대신 말해 주는 거야. 당신네들은 하나같이 좋은 사람인척하고 있지만 누군가 한 사람은 가면을 쓰고 있어. 그 여자를 죽인 사람은 당신네들 중에 있다고." 진이 한 사람 한사람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 말에 압도당했는지 인질들은 잠시 말을 잃었다. 애석하지만 그의 말이 옳다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친척이나 지인을 의심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것이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어도 진과 다구를 공격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그들이 범인 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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