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그를 대신해 도시아키가 입을 열었다. "그녀가 이 별장에 오는 건 해마다 있었던 일이야. 그리고 자네는 따라왔을 뿐이잖나." "그래서 더 분한 겁니다. 내가 옆에 있는데 이런 일을 당했으니 그녀의 부모님께 뭐라고 말씀을 드리면 좋을지." "자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지. 자네는 유키에의 보호자도 무엇도 아니잖아. 약혼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그녀 쪽은 그럴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이던걸." 도시아키는 일부러 기도의 신경을 건드리려는 듯이 말했다. 험악한 분위기가 서로에 대한 배려를 가로막고 있었다. "집을 나설 때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단 말입니다. 두 분은 저를 믿어 주셨는데..... 아아, 분하다. 그녀를 죽인 범인이 밝혀지면 나는 그게 누구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기도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런 그를 다카유키는 왠지 모르게 냉정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도시아키와 노부히코도 딱히 할 말이 없는 듯했다. "한 가지 묻겠는데," 기도와 더 얘기해 봐야 소용이 없겠다고 판단했는지 도시아키가 다구에게 물었다. "동료라는 자는 언제 오나? 후지, 그래 후지라고 했지." "후지는 오늘 올 거다." 다구가 대답했다. "몇 시쯤? 처음에는 어젯밤에 올 거라고 하더니." "오늘 온다. 틀림없이 올 거야." "온다니 다행이군. 되도록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한시 빨리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어." "알고 있어." 다구의 말투가 웬일로 순순했다. 여자들이 커피와 함께 큰 접시 가득 샌드위치를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 커피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사건의 충격으로 아무것도 입에 들어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카유키는 어느새 눈앞에 놓인 햄 샌드위치로 손을 뻗었다. "이봐, 아무거나 멋대로 읽지 말라고." 샌드위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 기도가 진 쪽을 보며 턱을 내밀었다. 돌아보니 진이 하얀 책 같은 것을 펼치고 있었다. 아까 유키에 방에서 밝견한 일기였다. "멋대로라니, 당사자가 죽었는데. 죽은 사람의 일기는 매스컴에서도 종종 공개하는데 뭘 그래." "그거하고 이건 다르지, 네놈은 그저 재미로 들춰 보는 거잖아." "재미로 들춰 보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 여자가 죽기전에 남긴 글이라도 있는지 조사하는 거라고." 진은 일기장을 가볍게 툭툭 친 후 다시 뒤쪽 페이지를 죽 훑었다. "아쉽지만 단서가 될 만한 글은 전혀 안 보이는군, 어제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아." "감시당하는 상황에서 일기를 쓰고 싶었겠나?" 노부히코가 나섰다. "나에 대해서 뭐라고 썼는지 궁금했는데 말이야." 진이 엉덩이를 앞으로 약간 내민 자세로 의자에 앉아 그리 깨끗하다 할 수 없는 손으로 일기장을 넘겼다. 때로 손가락에 침을 묻히기도 한다. 마치 유키에의 프라이버시 자체가 더럽혀지는 것 같아 다카유키는 매우 불쾌했다. "어! 페이지를 넘기던 진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중간에 페이지가 비었잖아." "페이지가 비었다니, 무슨 뜻이지?" 도시아키가 물었다. "뜯겨 나갔어. 이 페이지만 고스란히 사라졌다고." 진이 그 페이지를 펼쳐서 보여주었다. 아닌 게 아니라 한 장이 뜯겨 나간 흔적이 있었다. "잘못 써서 찢어 버린 게 아닐까?" 아쓰코가 말했다. "아니요. 어머니. 그렇지는 않을 거에요." 게이코가 말했다. "잘못 썼으면 잉크 지우개로 지우면 되고, 게다가 이렇게 예쁜 일기장에 상처를 내는 일을 유키에 씨가 할 리 없죠." 다카유키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왜 찢어 버렸을 거라고 생각하지?" 노부히코가 물었다. "아마," 게이코는 진의 손에 있는 일기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그 페이지에 적혀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죽기 직전에, 아무도 볼 수 없도록 찢어 버린 거 아닐까 싶은데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순간에 그토록 지키고 싶은 비밀이 있었다는 말인가?" "충분히 그럴 수 있죠. 특히 여자는." 게이코는 마치 그 페이지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단언했다. "여자의 심리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도시아키가 반박했다. "그럴 기운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겠지. 그 페이지를 뜯어낸 사람은 유키에를 죽인 범인일 거야. 틀림없어 거기에 범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적혀 있었겠지." 그 말에 대해 게이코가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 듯 입을 움직이려는 찰나였다. "좋아, 알겠어. 다구." 진이 일기장을 덮으며 파트너를 불렀다. "방에 가서 보고 와. 만약 그녀가 찢었다면 어딘가에 그 페이지가 떨어져 있겠지." 그런데 다구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 방에는 가고 싶지 않아." 진이 혀를 찼다. "뭐야, 덩치만 커 가지고는 시체가 무섭다는 거야? 유령이라도 나올까 봐?" "그럼 네가 가면 될 거 아니야. 내가 이 사람들을 지켜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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