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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

"199"

by inhyuk9501 2022.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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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구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진이 할 말이 없다는 표정으로 파트너의 얼굴을 보았다. 다구의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이렇게 덩치가 큰 남자가 시신을 무서워하다니, 다카유키는 왠지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도 좋은데." 이때 기다렸다는 듯이 도시아키가 말했다. "나 역시 찢겨 나간 페이지가 궁금하거든." 진이 그의 제안에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나서 주니 고맙긴 하지만 이번에는 사양하겠어. 당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잖아. 문제의 페이지를 찾아 놓고 찾지 못했다고 시치미를 뗄 수도 있고 말이야."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범인이 아니란 말이야. 그전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을걸." 그렇게 말하고서 진은 다구를 힐끗 노려보았다. "시체가 무섭다니 어쩔 수 없이 살아 있는 쪽을 부탁해야겠군. 나는 이쪽이 오히려 무서울 것 같은데 말이야." 진이 계단을 올라갔다. 다구는 한 손에는 샌드위치, 다른 손에는 라이플을 들고 다카유키 앞에 섰다. "범인이 찢지 않았을 거에요." 진의 모습이 사라지자 게이코가 말했다. "가령 그 페이지에 범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쓰여 있다 해도 범인이 그걸 알 리 없잖아요. 일기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게 아니니까." 그러나 도시아키도 그 말을 듣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녀가 일기를 쓰고 있다는 걸 알고 확인차 살펴보았을 수도 있죠.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범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래서....." "만약 그랬다면 범인은 일기장을 그렇게 아무렇게나 놔두지 않았을 거에요. 그렇게 놔둔다는 건 누구든지 보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범인도 당황했겠죠. 게다가 중요한 부분을 뜯어냈으니 일기장에 주목한다 해도 별 의미 없다고 여겼을 수도 있고." 어느 쪽도 양보가 없었다. 그러는 중에 노부히코가 다구에게 물었다. "대체 어느 페이지가 없다는 건가? 앞뒤 날짜라도 알려 줄 수 있겠나?" 다구가 굵은 손가락으로 햐얀 일기장을 펼쳤다. "4월 9일까지 적혀 있고 그다음 페이지가 없어요. 그다음 날짜는 4월 12일." "그렇다면 4월 10일과 11일이 없다는 말인데...."도시아키가 말을 잇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다카유키도 금세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4월 10일은 우리 도모미가 사고를 당해 죽은 날이야." 아쓰코가 몸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그녀의 그런 표정이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섣불리 아무 말이나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런 날짜의 페이지가 찢겨 나간 이상, 유키에가 살해당한 것이 도모미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진이 내려왔다. "구석구석 다 찾아봤지만 그런 종이는 없었어. 아무래도 범인이 가져간 듯하군." 계단을 다 내려온 그는 그 자리의 분위기가 한결 긴박해졌다는 걸 느낀 듯했다. "무슨 일 있었어?" 그가 다구에게 조그만 소리로 물었다. 다구는 일기장의 날짜에 대해 더듬더듬 설명했다. "그렇군, 아주 재미있어졌는데." 말과는 달리 진의 얼굴에 희미한 경련이 일었다. "결국 딸의 죽음과 연관되는군, 범인이 그 페이지를 가져갔다고 하면 말이야. 일기의 그 페이지에 과연 무슨 내용이 쓰여 있었을까 하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도모미의 죽음과 범인이 관련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내용이 알려질까 봐 유키에를 죽이고 일기장을 찢어서 가지고 갔다? 그때 진이 꽉 쥐고 있던 주먹을 체스 테이블 위에다 펼쳤다. 잘게 찢긴 하얀 종이가 손바닥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쓰레기통에 있더군. 처음에는 찢어 낸 그 페이지인 줄 알았는데. 종이의 질로 보아 그건 아닌 듯하고. 뭔가 메로를 했다가 찢은 것 같아. 불탄 흔적이 있는 걸 보면 태우려고 했던 모양이야. 그러다 도중에 불이 꺼져서 잘게 찢어 버렸을 거야. 어이. 다구. 네가 나설 차례야." 진이 말하기 전에 이미 다구는 종잇조각을 자기 앞으로 끌어모아 퍼즐을 맞추듯 복원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사람이란 게 참 무섭군. 당신들은 어느 모로보나 보통 사람들인데, 이 중에 사람을 죽인 인간이 있다니 말이야. 우리보다 훨씬 끔찍하군." 멸시하는 듯한 눈초리로 진이 인질들을 얼굴을 훑었다. 모두가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태도를 살피는 불쾌한 긴박감이 감돌았다. 다구가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퍼즐이 맘대로 잘 맞춰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부품이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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