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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

"227"

by inhyuk9501 2022.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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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아키가 좀 더 파고들어 보자는 식으로 말했다. "유키에가 도모미를 살해할 동기가 어디 있다는 거지? 이렇게 당당하게 얘기한 심증이 없지는 않을 테지." "동기..... 말인가요?" 아가와 게이코는 약간 갈색을 띤 눈동자를 허공으로 향했다가 도시아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심증이 있어요." "무슨 심증이 있다는 건지 듣고 싶은데." "그건....." 게이코가 숨을 들이쉬었다. 그때 다카유키는 그녀가 살짝 자신을 바라봤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게이코가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유키에 씨가 도모미에게서 다카유키 씨를 빼앗으려 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그녀의 말을 반추하는 동안 약간의 틈이 생겼다. 다카유키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듯했지만 당사자가 아닌 만큼 반응이 다소 빨랐다. "뭐라고? 무슨 말인지 난 잘 모르겠는데." 농담처럼, 또는 화가 난다는 듯이 도시아키가 말했다. 유키에 씨는 다카유키 씨를 사랑하고 있었어요." 게이코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하면서 다카유키를 바라보았다. "그 마음을 억누르지 못한 끝에 도모미를 살해한 거죠.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나.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유키에는 사촌 언니의 약혼자에게 마음을 둘 만큼 몰상식한 아이가 아니야." "아니죠, 아버님. 그건 몰상식하다거나 정숙하지 못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인간이란 절실히 갖고 싶은 것을 위해서 때로는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는 행동도 하는 법이죠. 그리고 유키에 씨의 마음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지 않아요. 도모미에게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뭐라고, 도모미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인가?" "네, 아버님. 도모미가 직접 말했어요. 그녀는 유키에 씨를 무척 걱정했어요. 아니, 두려워했다고 해야겠죠. 다카유키 씨를 보는 유키에 씨의 눈빛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유키에 씨가 무슨 짓을 저지르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어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네. 도모미가 내게는 그런 말을......" 아쓰코가 고개를 비틀었다. "절대 비밀로 해 달라고 도모미가 부탁했어요. 그녀도 사촌동생을 그런 눈으로 보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듯했어요." 도모미라면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만약 유키에 씨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면 다카유키 씨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도모미는 그렇게 걱정했어요. 유키에 씨는 어떤 남자도 매료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여자다. 그에 비하면 자신은....." "한쪽 발이 없는 여자다. 그거군." 게이코가 미처 말을 잇지 못하자 도시아키가 그녀를 대신했다. 자신이 하려고 했던 말이 맞는지 게이코는 잠자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듯했다. "아니야, 거짓말이야. 그건 다 거짓이야." 기도가 낮게 웅얼거리듯이 말하더니 집게손가락으로 다카유키를 가리켰다. "그녀가..... 유키에 씨가 이 사람을 좋아하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전에 그녀가 말한 적이 있어. 남자의 외모는 아무 상관없다고. 포용력이 있고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단 말이야. 이 사람은 그런 타입이 아니야."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사람들도 웃지는 않았지만 모두 비슷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반론할 필요조차 없다는 식의 시큰둥한 표정들이었다. 다카유키는 기도가 불쌍해졌다. 그는 유키에도 자신에게 호의를 품고 있으리라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지금까지도. "다카유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지? 유키에의 마음을 알고 있었나?" 도시아키가 물었다. 다카유키로서는 그 질문이 껄끄럽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었다. "글쎄요. 저는 잘 몰랐는데요." 일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은 자기 입으로 하기 어렵겠지. 안 그래?" 옆에서 진이 조롱하듯이 말했다. 다카유키는 그를 힐금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말해 주지 그래. 쑥스러워할 때가 아니잖아." 도시아키가 재차 말했다. 다들 마른침을 삼키며 주시하고 있었다. 애매한 말로 얼버무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녀가 저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몇 번 받은 적은 있습니다." 완곡한 말투였지만 그 말이 긍정을 뜻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도시아키와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기도는 입술을 깨물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유키에가 우리 도모미를 살해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을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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