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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

"223"

by inhyuk9501 2022.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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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해서 미안한데, 게이코 너에겐 건망증이 좀 있는 것 같구나." 평소에는 그렇게 무례한 표현을 하지 않는 노부히코가 게이코를 향해 말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몇 번이나 얘기가 오가지 않았느냐. 도모미의 필 케이스에는 약이 그대로 들어 있었어. 그러니 그 아이는 약을 먹지 않았다는 말이다." "아버님, 저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 얘기를 들었을때 제가 말씀드렸죠? 그 점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어요." 게이코는 강경하게 말하고서 표정을 약간 누그러뜨리더니 아쓰코에게 물었다. "어머니, 제가 알기로 도모미는 생리통이 아주 심했어요. 그무렵에는 어땠나요?" "마찬가지였지, 이삼 일은 약을 먹었을 거야, 진통제를 그렇게 먹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아쓰코의 말에 게이코는 만족하는 듯 보였다. 턱을 살짝 들어 올리듯 하면서 노부히코를 보았다. "그날 도모미는 생리 중이었습니다. 진통제를 휴대하고 있었던 것이 그 증거죠. 그런데 필 케이스에는 약이 그대로 있었어요. 그렇다면 그녀가 왜 약을 먹지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생기죠." 아, 하는 소리가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쩌면 그것은 그녀 자신이 낸 소리인지도 몰랐다. "아시겠죠? 필 켕스가 비어 있어야 자연스럽지 않나요? 안에 약이 들어 있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해요." "아무리 이상하다고 해 봐도 실제로 약이 들어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노부히코가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모미가 그날만 약을 먹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는 얘기죠.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다른 진통제를 받아서 먹었다. 그래서 자기 약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고요." "그 누군가가 유키에라는 말이로군." 도시아키가 말했다. "하지만 자기 약이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뭔지 모를 약을 받아먹었을까? 그러지는 않았을 텐데." 타당한 의견이었다. 게이코를 제외한 모두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는 대신 오히려 의문을 제기했다. "뭔지 모를 약이 아니었다면 어떨까요? 도모미의 약은 기도씨의 병원에서 받은 것이었죠. 그렇다면 기도 씨와 친분이 있는 유키에 씨도 그 약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니, 어쩌면 유키에 씨 자신이 그 약을 복용했을지도 모르죠. 똑같은 약이라면 도모미가 받아먹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잖아요. 필 케이스에 있는 약은 그냥 두었다 먹을 수도 있으니까." "어떤가, 그럴 가능성은?" 도시아키가 묻자 기도는 괴로운 듯이 머리를 숙이고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키에 씨에게도 같은 약을 준 적이 있습니다." 아니, 하면서 모두가 웅성거렸다. "같은 약을 유키에 씨가 갖고 있었다고 해서 그게 어쨌다는 말이지? 가령 그 약을 줘서 도모미 씨가 먹었다고 해도 아무 상관없잖아." "그래, 그렇지. 자기 약을 먹은 것과 똑같잖아." 아쓰코도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 약을 건넸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겠죠." 게이코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 약과 똑같이 생긴 수면제가 있었다면 어떨까요? 유키에 씨가 자기 약과 똑같은 약을 갖고 있다는 걸 아는 도모미는 아무 의심 없이 그 약을 먹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반론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도시아키도 노부히코도 잠자코 있었다. "똑같이 생긴 수면제.... 그런 게 있을까 모르겠네." 아쓰코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기도를 봤다. "아주 똑같이 생긴 것은 없을지 몰라도 비슷한 것은 있겠죠." 기도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그런데도 아쓰코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아무리 비슷하게 생긴 약이라도 그렇지. 그런 약을 주는데 도모미가 몰랐을까? 남이 주는 것을 아무 의심 없이 먹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네. 잘 살펴보고 자기가 늘 먹는 약이 틀림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먹지 않았을까 싶은데." "유키에 씨가 그렇게 끔찍한 일을 할 줄 도모미는 꿈에도 몰랐겠죠. 게다가 평소에 자신이 먹는 약을 정확하게 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이게 그 약이라고 하면 믿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 의견에는 아쓰코도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그 자리의 모두가 무겁게 침묵을 지켰다. 결과적으로는 게이코의 가설을 받아들인 꼴이 되고 말았다.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뭐, 그렇다고 하지. 그보다 내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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