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겸연쩍은 화제라서 다카유키는 일부러 농담처럼 말했다. 그런데 유키에는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그렇지 않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도모미 언니와 다카유키 씨는 가장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게 될 거에요. 내가 보장해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강경한 말투였다. 다카유키가 당황스러워하자 그녀는 흥분한 자신을 부끄러워하듯 하얀볼에 두 손을 댔다. "미안해요. 보장이라니. 그런 건방진 말을.... 제가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행복할 텐데." "아닙니다. 유키에 씨가 보장해 준다면야 그보다 든든한 일이 없죠. 도모미 씨에게도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다카유키가 웃으면서 말하자 그녀는 또 그녀답지 않은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도모미 언니에게는 말하지 마세요."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녀는 아까보다 더욱 얼굴을 붉혔다. "제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언니가 알면 창피하잖아요." "그렇진 않을 텐데요. 하지만 원하지 않으시다면 우리끼리의 얘기로 끝내죠." 유키에는 찻잔에 스푼을 담그고 휘휘 저으면서 고개를 살랑살랑 끄덕였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처음 다카유키 씨를 봤을 때, 도모미 언니가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어요. 사고를 당한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 덕분에 다른 행복을 찾았으니 역시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유키에 씨에게도 틀림없이 행복이 찾아올 겁니다." 다카유키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는 듯했다. "난.... 틀렸어요. 별다른 재주도 없고, 도모미 언니 같은 회사함도 없고, 언니가 부러울 따름이죠." "그녀도 그녀 나름으로 큰 고통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네, 그건 저도 알아요. 언니를 부러워하다니 주제넘은 일이라는 거 잘 알아요. 그래도..... 그래도 도모미 언니는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키에의 태도가 평소와 달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다카유키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자 그녀의 한쪽 볼에 적만한 미소가 살며시 번졌다. "미안해요. 괜한 말을 해서." "아닙니다." 그녀는 마음을 다잡은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더니 고개를 숙인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몇 번인가 발레와 연극에 데리고 가 주셨죠. 저, 정말 즐거웠어요." "또 가도록 하죠. 연락할게요." 다카유키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제 됐어요. 충분히 즐거웠어요. 게다가....." "게다가?" 그녀는 몇 초 동안 다카유키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방긋 웃었다. "떨쳐 버리고 싶어요." "떨쳐 버린다고요?" "네, 하지만 다카유키 씨와는 관계없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녀는 옆에 놓인 가방 안에서 조그만 종이 꾸러미를 꺼내 다카유키 앞에 놓았다. "이거 드셔 보세요. 제가 만든 거예요." "와, 뭔데요?" "열어 보시면 알아요." 다카유키는 예쁜 포장지에 싸인 것을 받아 들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내용물을 짐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전혀 몰랐다. "저, 다카유키 씨." 유키에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무쪼록 도모미 언니를 행복하게 해 주세요." "네, 그거야, 뭐." "정말, 정말, 언니가 슬퍼하는 일은 없도록 해 주세요." "그녀를 행복하게 하겠습니다. 슬프게 하지 않을 겁니다." 다카유키는 유키에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녀도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약속할 수 있나요,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하죠." 유키에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그 후로는 무슨 말을 건네도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다카유키는 찻집 앞에서 그녀와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포장지를 뜯어 보니 안에는 직접 만든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발렌타인데이는 지났지만.'이라는 메모와 함께. 그 순간 다카유키의 뇌리에 번뜩이는 게 있었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일이 단편적으로 되살아났다. 유키에가 때로 자신에게 보인 친절함과 수줍음, 그런 것들이 퍼즐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제야 다카유키는 유키에의 본심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 마음을 떨쳐 버리려 오늘 그를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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