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유키는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걸 도모미에게 줄 수는 없으니 혼자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초콜릿은 달콤하고, 그리고 조금은 씁슬했다. 그 후로 유키에와 단둘이 만난 적은 없었다. 아니, 얼굴을 마주하는 일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 도모미는 여전히 연극이나 콘서트를 같이 보러 가자고 하는 모양이었지만 유키에가 갖은 이유를 대면서 거절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 무렵 유키에의 행동을 생각하면 게이코의 추리와 어긋나는 점이 있다. 가령 유키에가 다카유키를 사랑했다고 해도, 그녀는 그를 포기하려 한 것이 명백하다. 그런 그녀가 도모미를 죽이면서까지 자신의 사랑을 이루려고 했을까. 더구나 도모미가 죽은 후에도 다카유키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다카유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모조 레이코가 다가와 그의 옆에 앉았다. "도모미 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유키에 씨?" 예리한 여자군, 하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양쪽 다입니다. 당연하지 않나요?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녀들을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네, 그렇겠죠. 하지만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군요." "다른생각?" "SOS와 정전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것 말이에요."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아아. 하고 다카유키는 이해했다. "누가 저지하고 있는 거죠. 그 누군가가 유키에 씨를 살해한 범인일지도 모르고." "아마 그렇겠죠.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 지목하는 것은 간단하지가 않아요. 생각해 보면 누구든 가능하겠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내가 아는 건 레이코 씨는 아니라는 것 정도입니다." "그렇게 말해 주시니 고맙네요. 하지만 어떤 일에든 착각은 금물이죠." 시모조 레이코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묘한 여자다. "그런데 다카유키 씨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뭐죠? 내가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아마 아실 거예요. 필 케이스 얘기니까." "필 케이스?" 다카유키는 살짝 긴장했다. 갑자기 대화의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슴이 술렁거렸다. "사모님은 도모미 씨의 시신을 인수하러 갔을 때 필 케이스 안에 하얀 캡슐 두 개가 분명히 들어 있었다고 하셨어요. 다카유키 씨도 아는 사실인가요?" "네, 알고 있습니다." 도쿄로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렀을 때 유품을 보았다고 다카유키는 대답했다. "그럼 다카유키 씨가 본 것은 나중이네요." "네, 뭐. 그런 셈이죠." "미안하지만 시신을 인수하러 갔을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시모조 레이코는 입술에 미소를 머금은 채 빈틈없는 눈초리로 다카유키를 보았다. 숨이 막힐 정도의 답답함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다카유키는 지난 이삼 일 동안의 일을 기억해 내는 것조차 곤란할 지경이었다.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갈 수도 없는 공간에 갇혀 있는 터라 시간 감각이 완전히 갈피를 잃고 말았다. 오늘도 딱히 뭘 한 것도 없는데 해가 기울어 가고 있다. 저녁때가 되자 진이 각자의 방을 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유키에의 일기장에서 찢겨 나간 페이지를 찾으려는 것이었다. 그것을 가져간 사람이 누군인지, 또는 거기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를 알면 범인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로서는 범인을 모르는 채 눌러 있기가 찜찜할 것이다. 하지만 없어진 페이지를 찾을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범인이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감추었을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잘게 찢어서 변기에 흘러 버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가 예상한 대로 한 시간쯤 지나 지친 얼굴로 진이 나타났다. "수확이 없는 모양이군." 도시아키가 말했다. 진은 의자에 털퍼덕 앉았다. "이제 남은 것은 몸 검사를 하는 것 뿐이야. 하지만 본인이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을 리 없겠지." "이제 방으로 돌아가도 괜찮을까요? 아쓰코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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