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중 한 명이 은행의 내부 사람이라는 것까지 말해도 괜찮겠나?" 콰당, 무언가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의자일 것이다. 후지가 놀라서 일어서는 바람에 의자가 넘어지지 않았을까, 다카유키는 그렇게 상상했다. "아니, 후지. 내가 말한 게 아니야. 이 사람들이 우리 대화를 듣고 멋대로 짐작한 것뿐이라고." 후지라는 인물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다카유키는 눈에 보이는 듯했다. 진이 당황하고 있다는 게 그 중거다. 그들이 다시 수군거리며 뭔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한층 길게 느껴졌다. "정말 그럴 생각이세요. 아버지?" 옆에서 도시아키가 속삭였다. "물론이다. 너도 협조해 다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어떻게 끝까지 숨겨요. 일본 경찰은 만만치가 않단 말입니다. 유키에가 이 별장에서 살해당했다는 건 금방 탄로 날 일 이라고요." "걱정 마라, 탄로 나지 않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으리라고는 경찰도 생각지 못할 거야." "하기야 경찰 아니라 그 누구라도 믿지 못할 얘기죠." 마침내 발소리가 다가왔다. 결론이 난 모양이야. "어떻게 되었나. 나와 거래를 하겠나?" 노부히코가 대답을 재촉했다. "미안하지만 그 거래에 응하지 않기로 했어." 그렇게 대답하는 진의 목소리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딱딱함이 느껴졌다. "왜지? 거래에 응하는 게 자네들로서도 최선일 텐데." "상황이 달라졌어. 그보다 더 확실한 길을 선택하기로 했을 뿐이야." "확실한 길?" "그래, 당신네들 모두를 죽이는 방법이지." 몇 초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카유키도 그렇지만 다른 인질들도 너무 놀란 나머지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반면에 진은 인질들의 그런 애처로운 반응을 즐기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떻게 그럴 수가..... 농담이겠지." 기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됐지만 농담이 아니야. 여러 가지로 의논해 봤는데.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결론이 났거든.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고." "죽일 필요까지는 없잖아. 너희들 얘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을게. 약속해. 제발 죽이지만은 말아 줘." 기도는 거의 울먹이면서 애원했다.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가 그렇게 비참하게 구는 덕분에 다카유키와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냉정을 되찾았다. "일곱 명을 다 죽이겠다는 말인가?" 다카유키가 물었다. "응, 그런 얘기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는 하나? 만에 하나 잡혔을 경우 너희 셋 다 사형이야." 대답이 들릴 때까지 잠시 틈이 있었다. 진이 후지와 의논하고 있다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그들의 행동에 대한 결정권을 후지가 쥐고 있는 것이다. "잡힐 리 없지." 마침내 진이 말했다. "안 잡히기 위해서 당신네들 전부를 죽이겠다는 건데, 게다가 잡힌다고 해서 다 사형을 당하는 건 아니야. 반성의 빛을 보이면 변호사들이 잘 알아서 해 주거든." "미쳤어." 게이코가 외쳤다. "당신들은 인간이 아니야." "어쩔 수 없잖아." 진이 그렇게 말했을 때 누군가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아쓰코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뒤이어 찰싹! 하고 무언가를 때리는 소리가 나더니 그녀가 헉, 소리를 내며 울음을 그쳤다. 진의 목소리와는 다른 방향인 걸로 봐서 후지가 그녀의 빰을 때린 건지도 몰랐다. "시끄럽게 굴지 마. 후지를 화나게 하지 말라고." 진이 소리쳤다. 무슨 수를 써야겠다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후지는 생각보다 잔인한 인간이다. 전원을 죽인다는 방침도 후지가 세웠을 것이다. "모두를 죽이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죽일 작정이지?" 도시아키가 물었다. 그러자 잠시 또 틈이 생겼다.. 소곤거리는 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후지에게 무슨 지시를 받고 있는 듯 했다. "그런 걸 당신네들에게 말할 필요는 없지. 걱정하지 말라고. 한 명씩 죽이는 잔인한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다 함껜 묻어 주지." "묻어?" "다구, 후지 차에 휘발유가 있대. 가서 가져와." "휘발유........ 불을 지를 생각인가?" 도시아키가 묻자 진이 헛기침을 했다. 긍정인 것이다. 아쓰코가 다시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모라시키 씨, 당신 잘못이야. 당신이 괜한 거래를 하자고 해서 일이 이렇게 된 거라고. 잠자코 있었으면 인질 한 명으로 끝날 문제였는데." "기도가 마구 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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