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본 사람은 없겠지?" 진이 묻는다. "그렇군, 하기야 네가 그런 실수를 할 리 없겠지만." 진의 말로 미루어 후지라는 자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 듯했다. 이번에는 발소리 하나가 다카유키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언가를 점검하듯 주위를 맴돌았다. 후지의 발소리라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일이 아주 복잡하게 됐어,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별장에 들어와 보니 이렇게 버글거리고 있더라고. 계획이 다 뒤틀리고 말았다." 진이 그렇게 투덜거리더니 다시 말투를 바꿔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니, 후지의 계획을 트집 잡으려는 건 아니야. 이 인간들이 언제 별장을 사용할지는 후지 너도 몰랐을 테니까. 다만 나와 다구가 좀 당황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게다가 살인 사건까지 벌어졌고." 다구의 목소리였다. "그래, 그게 제일 큰일이지. 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이런 상황에서 사람을 죽이는 놈이 다 있다니 말이야. 전화로 얘기한 그대로야." 그리고 발소리가 다시 멀어졌다. 식당 쪽으로 가는 듯했다. 거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왔다. "시신은 아직 방에 있어." 진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래, 범인이 누군지는 아직 몰라, 자기들끼리 여러 가지로 얘기는 하고 있는데, 아직 아무것도..... 그래, 그렇다니까." 이 기묘한 상황에 진이 의지했던 파트너도 상당히 난감해하는 듯 꽤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수군거리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래그래.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니까 한시라도 빨리 나가는 게 좋겠지." 진이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누구 한 명을 인질로 데려가야겠지. 누구를 데려갈까, 여자? 그래, 당연히 여자지." 다시 일행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인질로 데려갈 만한 인물을 물색하려는 것 같다. 그때였다. "후지라는 사람에게 할 말이 있는데." 노부히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카유키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걸음을 멈췄다. "뭐지?" 그렇게 되물은 사람은 진이었다. "당신을 인질로 데려가라, 뭐 그런 말이라면 해 봐야 소용없어. 우리는 이런 일에 타협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그런 말은 하지 않겠네 실은 거래를 하고 싶어서 말이야." 거래?" "미안하지만 자네는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네. 나는 후지라는 사람에게 말하고 있는 거야. 그 사람이 리더 같으니 말이지." "딱히 리더가 있는 건 아닌데." 하수 취급을 받은 것이 못마땅한지 진이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후지도 다 듣고 있어. 그러니까 슬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용건이나 말하라고." 그러자 노부히코가 잠시 틈을 두었다가 말을 꺼냈다. "실은 인질에 대해서 거래를 하고 싶다네. 자네들, 우리 둘중 누군가를 인질로 데려갈 속셈인 모양인데, 그건 자네들에게도 안전한 방법이 아닐 걸세. 사람들 눈에 띄기도 쉽고 민첩하게 움직이지도 못하겠지." "그런 건 다 알고 있어." "인질을 어디서 풀어 주느냐 하는 것도 문제일 거야. 또 물론 눈은 가리겠지만 인질이 사소한 것 하나라도 기억하고 있으면 그걸 실마리로 경찰이 자네들 냄새를 맡을 수도 있어." "그런 유려가 있을 시에는." 진의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툭툭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우리 나름의 방법을 사용할 거야. 당신들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지." "죽이면 그만이라는 뜻인가?" "그건 마지막 수단이 되겠지." "그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 있네, 그래서 거래를 하자는 거야." "우리가 무사히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이야?" "물론이지. 우선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인질로 데려가지 않았으면 하네." "그럼 누구를 데려가라는 거지?" 짜증스러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노부히코는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키에를 데려가게." "뭐라고?" 진뿐 아니라 도시아키와 기도도 동시에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다카유키도 하마터면 입을 열 뻔했다. "이봐, 당신 제정신이야? 죽은 사람을 인질로 데려가서 어쩌라는 거야. 그래 봐야 위협도 무엇도 안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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