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을 품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다카유키는 가슴이 설렜다. 그 역시 다시 한 번 도모미를 보고 싶었다. 꽃다발을 들고 병실을 찾아가니 며칠 전보다 한결 빛나는 얼굴로 그녀가 맞아 주었다. 그리고 며칠 전보다 말수도 조금 늘었다. 또 오죠, 하고서 다카유키가 돌아설 때 그녀는 "다음에는 언제?"라고 물었다 그는 내일이라도, 하고 대답했다. 결국 그날부터 그녀가 퇴원할 때까지 다카유키는 이삼 일에 한 번은 꼭 면회를 갔다. 그런데 딱 한 번 병실에 들어갈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의족이 완성되어 그걸 끼워 맞추는 작업을 할 때였다. 아쓰코가 병실에서 나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가시마 씨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하네요." 퇴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모미는 비록 지팡이는 짚어야했지만 걷는 데는 거의 지장이 없게 되었다. 정교한 의족과 재활 치료 덕분이었지만 발레로 다져진 강인한 몸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재활 치료 센터에는 매일 다녀야 했다. 주말에는 다카유키가 데리고 갔다. 그녀가 치료사에게 일대일로 치료를 받는 동안 다카유키는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면서 기다렸다. 담당 여의사가 "모리사키 씨가 의욕이 대단하네요."라고 말했을 때 도모미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다카유키는 그녀가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남녀 불문하고 이런 표정을 보여 주는 사람을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을 견뎌 가면서까지 무언가를 성취하려 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 처하면 우선 책임을 전가하고, 그다음에는 포기를 하든지 무기력해질 뿐이다. 그리고 비극의 주인공인 양한다. 도모미의 힘이 되어 주고 싶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고 도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다카유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가시마 씨는 누구에게나 이렇게 친절해요?" 센터에서 돌아오는 길, 차 속에서 그녀가 물었다. 머뭇거리는 말투로 보아 그녀로서는 용기를 내어 던진 질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은 있죠. 하지만 내가 이러는 건 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때문만은 아니란 건 무슨 뜻이죠?" 다카유키는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앞을 바라본 채 말했다. "즐겁기 때문이죠. 도모미 씨와 함께 있고 싶다. 그런 뜻입니다." 그녀는 다소 놀란 듯했다. 이런 고백을 기대는 했지만 실제로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다카유키로서도 한껏 용기를 쥐어 짜낸 것이라 온몸이 뜨거워졌다. "제 다리가 이런데.... 괜찮아요?" 도모미의 물음에 다카유키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뭔가 말을 하려다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왜 웃어요?" 그녀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려고 했거든요. 나야말로 코가 이렇게 생겼는데 괜찮겠느냐고, 그런데 너무 오그라드는 말이라 진지한 얼굴로는 얘기할 수 없어서." 도모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다카유키의 팔에 얼굴을 묻었다. 그 후로 두 사람의 고제는 계속되었고, 반년 후 다카유키는 프러포즈를 했다. 도모미의 부모님도 결혼을 승낙했다. 노부히코는 그의 손을 잡고서 "고맙네."라고 말했다. 도모미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일단 약혼식을 먼저 치렀다. 도모미가 스물두 살이 되면 결혼식을 준비를 시작한다는 약속이 암암리에 정해졌다. 도모미는 불만스러워했지만,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탓에 신중을 기하려는 부모님 마음도 이해가 갔다. 그 후로는 날마다 즐거운 일만 계속되었다. 다카유키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도모미를 만나서 신부 수업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작년 가을에 스물두 살이 된 그녀는 드디어 결혼식 준비를 시작했다. 도모미에게는 장밋빛 나날이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 온, 호숫가 옆에 있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망도 이루어질 참이었다. 도모미가 운전을 다시 시작한 것은 다리가 불편한 그녀가 기동력을 발휘하려면 차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어서였다. 대신 그녀는 놀라우리만큼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그래서 아무리 서두르는 경우라도 지나치게 속력을 내거나 핸들을 잘못 조작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수면제...란 말이지." 게이코의 추리가 뇌리를 스쳤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도모미를 죽이려 했다는 말인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아까 시모조 레이코가 한 말이 옳다. 도모미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언제였나, 다카유키가 불단에 세워진 도모미의 영정 앞에서 두 손을 ㅁ ㅗ으고 있을 때, 아쓰코가 옆으로 다가와 말한 적이 있다. 원하는 대로 좀 더 일찍 결혼식을 올렸더라면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하고. 그때 다카유키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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