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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

외로움은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신호

by inhyuk9501 2021.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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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그전까지는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며 원하는 건 뭐든 다 가질 수 있는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다. 수학, 미술, 피아노는 물론 수영과 아이스 스케이트까지 배우며 부모님의 관심을 독차지했고 친구들도 많았다.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들이 너무 당연했기에 스스로를 '공주'라 착각하며 행복을 누렸다. 하지만 뉴질랜드에 간 뒤로 상황이 바뀌었다. 뉴질랜드는 사람과 문화, 교육 환경까지 우리나라와 모든 면에서 너무나 달랐다. 공부도 학원도 숙제도 없는 환경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자유로워 좋기도 했다. 기쁨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좋아했던 자유가 외국인취급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라는 특별 대우를 받았다. 그러자 같은 반 아이들이 나를 오계인 취급했다. 게다가 내가 알아듣지 못한다고 영어로 서슴없이 욕을 하며 놀렸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싸준 김치볶음밥 도시락에 냄새가 난다며 침을 뱉거나 쓰레기통에 내 도시락을 몰래 버린 적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모두 예쁘다고 해줬던 나의 공주 옷과 반짝거리는 신발도 맨발이 익숙한 뉴질랜드에서는 그저 놀림거리였다. 나는 싸우지 않았다. 피하고 눈치만 봤다. 나만 가만히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했다.  욕을 하는 아이들이 무섭다고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아이들은 내가 먼저 때린 거라며 억울하게 누명을 씌웠고 이 때문에 교장실로 불려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같은 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교생이 나의 영어 발음과 생김새가 어떤지, 내가 점심에 어떤 한국 음식을 먹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매번 눈치 보고 두려워하는 나의 모습 때문인지 따돌림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그때 내게 내세울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왜 키가 작으며 하얀 피부에 금발, 파란 누을 가지지 않았고 영어를 못하는지 끊임없이 자책했다. 그리고 튀지 않기 위해 다른 아이들을 따라하다 보니 점점 정체성을 잃어갔다. 나중에 다른 학교로 전학 가면서 친구가 한두 명씩 생기기도 했지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게다가 부모님이 사업으로 한국과 뉴질랜드를 왕래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나는 혼자 홈스테이를 하게 됐다. 부모님은 내가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배우고 적응해 독립적으로 살아남길 바랐다. 나의 삶은 항상 사람받는 삶ㅁ에서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내 인생의 첫 번째 미션이었다. 나에게 외로움이란 뾰족한 바늘 같은 존재였다. 바늘로 나를 찌르면 아프고 피가 나겠지만 그 바늘로 찢어진 옷을 꿰매면 구멍이 채워진다. 그렇게 외로움을 그저 일종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로 여기고 자기계발로 공허함을 채우는 방법을 체득했다. 이때부터 무엇이든 혼자 행동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순간 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바쁜 친구'로 인식됐다. 청소년 때도, 대학교에 가서도 친구들과 달리 나는 그 어떤 무리에도 속해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교우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보다 혼자 발전하는 일에서 더 큰 성취감을 느꼈다. 한 번도 외로운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외로워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신을 차렸다. 오히려 한 번씩 외로움에 휘둘릴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극을 받았다. 그렇게 외로움은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신호가 됐다. 만약 지금 외롭다고 느낀다면, 평소 외로움에 못 이겨 주저앉는 순간이 자주 온다면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 신호를 무시하지 말자. 나는 춤을 굉장히 좋아한다. 10대 시절, 가수를 해보겠다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연습생이 돼 춤을 처음 접한 뒤 사랑에 빠졌다. 여러 이유로 가수의 꿈은 포기했지만, 대학교에 가서도 춤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해서 댄스 학원에 다니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는 학원에 혼자 가기가 왜 그렇게 두려웠는지 친구 한 명을 설득해 함께 수업을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학원을 다녔던 친구와 달리 나는 배울수록 춤에 굉장히 진지해졌다. 수업 시작 30분 전부터 학원에 가서 연습할 정도였다. 멋있게 안무를 익혀서 영상을 찍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반면 친구는 막상 춤을 배워보니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금방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맛있는 저녁을 사줄테니 일찍 나오라며 수업이 끝나고도 학원에 남아서 연습을 하는 나를 유혹하곤 했다. 나는 이런 상황이 굉장히 불편했다. 제안을 거절하면 친구를 섭섭하게 만들까 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춤 연습 대신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면 나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마음에 자책을 했다. 이런 날들이 이어지면서 결국 춤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혼자 발전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의 나도 마찬가지였다. 공부할 때도 항상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혼자 학원을 다니거나 헬스장에 가는 것에 익숙해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거렸다. 무언가 배우고 싶어도 막상 홀로 학원에 가려니 어쩐지 쑥스러워 미룬 적도 있었고 나보다 실력이 우수한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사람과 같이 시작할 타이밍을 기다리다 기회를 놓치는 경구도 많았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로 자기계발은 혼자 하는 것이란 불변의 진리를 깨달았다. 재미로 무언가를 배워보고 싶은 사람과 진지하게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이 똑같은 자세일 수는 없다. 만약 심심풀이로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친구와 함께 시작하는 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목표에 제대로 도전하고 싶다면 혼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에게 집중해 어떤 지점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지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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