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또 다른 보너스 타임

평일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는 내가 주말에는 언제 일어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보통 토요일 아침 5시쯤에 눈을 뜬다. 토요일이니까 더 푹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새벽 기상에 익숙하다 보니 특별하게 할 일이 없어도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게 된다. 나에게 토요일은 또 다른 보너스 타임이다. 주중에 바빠서 놓친 일을 하는 시간으로, 영상 편집을 마무리하기도 하고 끝까지 보지 못했던 책을 마저 읽기도 한다. 평일에 마치지 못한 업무가 있거나 매우 중요해서 유독 신경 쓰이는 사건이 있으면 토요일에 끝내놓을 때도 있다. 평일에는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일을 새롭게 시도할 때도 있는데, 최근까지는 댄스와 필라테스를 배웠다. 날씨가 좋을 때는 등산을 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신내 골프를 친다.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는 수영을 하러 간다. 주중에는 바빠서 잘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특히 친구와 조조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일찍 영화관에 가면 할인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도 많이 없어 원하는 자리에 앉아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토요일 오전 일찍 만나는 걸 처음부터 좋아하는 친구는 흔치 않다. 하지만 몇 번 만나보면 친구들도 나와의 약속을 좋아하게 된다. 영화를 다 본 뒤 이른 점심을 먹고 헤어져도 1시가 채되지 않다 보니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서점을 방문하거나 일주일치 장을 본다. 저녁에는 한 주를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책상을 정리한다.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밀린 세탁물을 갠다. 이렇게 토요일에 구석구석 안 보이는 부분까지 일주일 동안 쌓인 먼지를 쓸고 닦으면 기분이 아주 상쾌해질 뿐만 아니라 일요일에 대청소 압박 없이 푹 쉴 수 있어 일석이조다. 토요일을 알차게 활용하는 습관은 로스쿨을 다닐 무렵에 생겼다. 당시 나는 멀쩡한 두 다리를 두고 비싼 보험료, 기름값, 주차비 등을 지불하며 차를 가지고 싶지 않았다. 걸어 다니거나 우버택시를 이용하는 게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더 이득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주로 필요할 때마다 집카를 사용해 할 일을 한 번에 끝내곤 했다. 이때 15분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잡한 시간대는  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말 오전을 선호하게 됐다. 토요일 아침에는 어디를 가든 사람이 없기 때문에 길이 막히지 않고 대기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에 밴 버릇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는 평일의 노고를 보상받기 위해 주말에 무조건 친구들 만나려고 했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하지만 지금은 꼭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평일에 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겠다는 마음으로 주말을 알차게 보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주중에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니 주말에 반드시 자유 시간을 보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고 토요일에도 새로운 일을 시도할 에너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토요일과 달리 일요일에는 나도 온전히 휴식을 취한다. 일요일 아침에는 보통 잠에서 일찍 깨더라도 침대에 가만히 누워 밀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거나 SNS를 훑어본다. 지난주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주를 어떻게 보낼지 게획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평소 아침을 일찍 먹는 습관 덕에 오전 8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배가 고프다. 그래서 대충 아침 식사를 하고 교회에 간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요리해서 먹는게 소소한 낙이다. 덖볶이나 호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옥수수와 고구마를 쪄 먹거나 고기 파티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푹 휴식을 취한다. 이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일요일에는 오로지 한 주를 시작할 에너지를 충전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힘든 한주를 보냈어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안정된다. 토요일까지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냈고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일에도 도전해봤기 때문이다. 가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아도 일요일에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다. 내일 또 시도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