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을 참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살면서 공부보다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정도다. 다양한 운동 중에서도 수영을 가장 좋아해서 뉴질랜드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뒤 에는 당시 거주하던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 팀에 합류했다. 중학생 시절부터는 학교 운동부로 활동했다. 잠깐 언급했지만 나의 아침형 라이프스타일도 수영으로 인해 시작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활동했던 수영 팀이 시합 시즌에는 꼭새벽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새벽 훈련이 없는 날에도 아침 6시 30분부터 학교 수영장에서 수구와 넷볼 훈련이 있었기에 나의 하루는 항상 오전 5시쯤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나와 경쟁했던 아이들은 굉장히 키가 컸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하는지, 몇 개월 간격으로 시합에서 만날 때마다 키가 더 자라 있었다. 힘도 굉장히 세서 그 아이들이 물속에서 팔을 한 번 돌릴 때 나는 두 번 돌려야 비슷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항상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런 인종간 신체적 차이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당시 나는 시합을 마치고 항상 세상 끝난 듯 통곡을 했다. 이민을 오면서 언어 때문에 이미 또래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신체적으로도 밀린다는 사실이 너무나 괴로웠기 때문이다. 팀 코치조차 나에게 큰 기대가 없어서 팀 경기에서 나는 언제나 제외당했다. 오기가 생겼다.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나는 그저 영어도 못하고 체력도 모자른 외국인일 뿐이다' 같은 생각이 나를 더 자극하면서 승부욕이 강해졌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훈련에 쏟아부었다. 등교 전 두 시간, 하교 후 저녁을 먹기 전 두 시간을 연습에 집중했다. 주말에는 고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웠다. 숨을 쉬려고 고개를 들었다 다시 물에 들어오는 시간까지 단축하기 위해 숨 쉬는 것도 참았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 갑자기 어지러워져 수영장 밖에 구토를 한 적도 많았다. 울기도 엄청 울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이 좋은 신체 조건으로 속도를 내는 걸 만회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연습과 노력밖에 없었다. 수영 대회가 또 시작됐다. 작년에 만났던 상대 선수들은 키가 더 자라 있었다. 여전히 나는 그들보다 한참 왜소했다. 200미터 자유형 시합에서 총소리가 울리고 있는 힘껏 점프해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갔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에는 정말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을 할 때는 앞으로 나가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옆의 선수가 어떻게 수영하는지 다 보인다. 발은 어마나 세게 차고, 얼마큼 앞으로 갔는지, 어느 정도 지쳤는지 다 파악할 수 있다. 이번에도 다른 서수들이 수영하는 걸 보니 작년과 달라진점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여전히 다른 선수보다 한 번 더 팔을 돌려야 했고 한번 덜 숨쉬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옆 레일 선수를 의식하며 속도를 맞춰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상대 선수의 속도가 느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 따라 나 또한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숨을 쉬려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코치님과 팀원들이 응원하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 나에게 관심조차 갖지 않던 그들의 열괄적인 반응이 다소 당황스러워 '무슨 일이지?' 싶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멈추고 숨도 쉬지 않고 앞으로 질주했다. 옆 레일의 선수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겁이 났다. 얼마나 더 속도를 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눈을 꼭 감고 마지막 10미터 정도를 온 힘들 다해 물살을 갈랐다. 도착점이 어디 있는지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는 다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경쟁 상대가 사라지니 저절로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팔로 터치패드를 치고 나서야 눈을 뜨고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경기 전광판에 내 이름이 뜨는 동시에 환호가 들렸다. 1등이었다. 1등으로 본선에 진출한 것이다. 예선과 똑같은 방법으로 본선에서도 1등을 차지했다. 그렇게 스스로의 한계를 깬 뒤로 나는 모든 본선에 진출한 것은 물론 뉴질랜드 전국 청소년 수영 선수권 대회에서 항상 1,2등을 다투는 선수가 됐다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나의 한계점을 높이는 방법을 습득하자 내가 세운 기록을 깨고 또 깰 수 있었다. 잔혹하고 힘든 훈련의 보상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더 이상 그 누구와도 나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항상 옆 선수를 따라가는 데 집중하다 보니 옆 선수가 힘이 빠져 속도가 느려지면 나도 같이 느려졌고 내 한계를 넘어본 적이 없으니 스스로 얼마나 힘차게 나갈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 누구도, 심지어 나조차도 몰랐지만 나는 누구보다도 훨씬 강하고 빠르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걸어가는 길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 큰 보상이 주어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 '옆 사람 보지 말고 내가 나아가는 방향만 보고 질주하자.' 내가 힘들 때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무심결에 비교할 때마다 외우는 주문이다. 최고의 경쟁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가는 길만 보고 가자.
'꿀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0) | 2021.12.12 |
---|---|
마음에 공간을 만드는 방법 (0) | 2021.12.12 |
내가 조금씩 성장하는 방법 (0) | 2021.12.12 |
외로움은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신호 (1) | 2021.12.10 |
시간은 관리할 수 없다 (0) | 2021.12.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