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7시 정각에 정전이 되도록 타이머를 설치했었죠, 그런데 그 타이머가 망가져 있었습니다.. 이건 그 전에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이 수상한 거겠죠. 이제 묻겠습니다. 정전 계획을 알게 된후에 화장실에 가신 분은 말씀해 주세요. "내가 갔는데." 먼저 아쓰코가 나섰다. "하지만 타이머는 건드리지도 않았어요. 난 기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림이라 아예 만지지를 않아요." "나도 갔지, 아마 6시쯤이었을 거야. 타이머를 설치한 직후로군. 물론 그 시점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어." 노부히코가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 "나도 갔어요." 이번에는 게이코였다. "그 타이머가 어떤 것인지 보고 싶었어요. 저도 기계에는 약하지만, 언뜻 보기에 별 이상이 없는 것 같았는데." "나도 화장실에 가기는 했지만 타이머의 상내는 확인하지 않았는데......." 기도의 목소리가 끝에 가서 희미하게 떨렸다. "화장실에 간 사람은 이뿐인가? 더 있었을 텐데......" 도시아키가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자신 있는 말투는 아니었다. 실은 다카유키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기도가 화장실에 간 사실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좁혀지기 힘들 것 같군. 시간도 없는데 그 방향은 이제 접는 게 어떻겠나." "아버지, 무슨 다른 묘안이 있으세요?" "묘안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예를 들어서 동기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은데. 이미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어느 것이나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말이야." "어떤 부분에 설득력이 없다는 말씀이시죠?" 자신의 가설에 트집을 잡는다고 느꼈는지 게이코가 대뜸 따지고 들었다. "딱히 어떤 부분이 그렇다기보다 전체적으로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생각에 살인이란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것 아닐까 싶어서 말이야." "아니죠, 충동적이었다면 그런 방해 공작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동기부터 확인할 여유가 없어요. 아무튼 시모조 씨의 얘기를 좀 더 들어 보자고요." 도시아키가 얘기의 바통을 다시 레이코에게 넘겼다. "게이코 씨, 게이코 씨는 타이머를 얼마 동안 보고 있었나요?" 시모조가 게이코에게 물었다. "그리 자세히 보지는 않았어요. 다만 코드가 끊어져 있지는 않았어요. 그건 분명해요." 그녀의 말을 믿는다면, 그 단계에서는 범인이 아직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나는 아니야,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 기도가 말했다. "기도 씨, 흥분하지 마세요. 난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게이코 씨 이후에 화장실에 간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 "기도 씨의 입장이 미묘하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그 정도일로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침착하세요." 앞이 보이지 않는 부자연스러움 때문인지 기도는 발정 난 개처럼 숨을 씩씩거렸다. "자, 그럼." 시모조 레이코는 한층 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질문을 하죠. 여러분 중 이번 여행에 수면제를 가져오신 분 있나요?" "수면제?" 도시아키가 별 질문을 다 한다는 듯이 반문했다. "난 조금 가져왔는데. 방에 있는 가방에 들어 있어요. 여행을 떠나면 잠이 잘 오지 않아서요." 아쓰코가 그렇게 말하자 기도도 웅얼거리듯 말했다. "나도 가방에 들어 있어. 그런데 그게 어쨋다는 거야?" "그건 나중에 설명하죠. 다른 사람은 없나요? 그럼 사모님, 그리고 기도 씨, 그 약을 누군가에게 주지는 않았나요?" 두 사람은 아무에게도 주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대체 그 질문의 취지는 뭐지?" "사장님,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나중에'라는 말에 약간 힘이 들어간 점이 다카유키는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탐정의 탐문 조사는 다 끝난 건가?" 시모조 레이코가 대충 얘기를 끝낸 듯하자 진이 위에서 말했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얘기가 끝난 걸 보면 범인이 얼추 밝혀진 모양이군." "자, 잠깐. 기다려. 아직 시간이 남지 않았나. 이렇게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뭘 해명할 수 있겠어." 노부히코가 당황한 기색으로 말했다. 다카유키도 동감이었지만 이제 뭘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사장님은 그렇게 말씀하는데 탐정님은 어떠신가, 시간이 더 필요한가? 30분은 더 기다릴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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