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뜻이지?" 다카유키가 물었다. "아까도 확인했지만, 타이머가 설치된 후에 화장실에 간 사람은 여러 명이에요. 그렇다면 범인도 그때 타이머를 망가뜨렸을까요? 범인의 심리상 아마도 그렇지 않을 거예요." "그건 또 왜지?" "생각하기에 따라서 상당히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죠. 범인이 타이머를 망가뜨린 후 아무도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 후에 들어간 사람이 타이머가 망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바로 직전에 들어간 사람이 당연히 의심을 받게 될 테니까요." "호오. 듣고 보니 그렇군." 진이 감탄스럽다는 듯 말했다. 다구도 응응,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제가 들어갔을 때 타이머는 작동하고 있었어요." 게이코가 말했다. "그러니까 범인으로서도 그 시점까지는 의심받지 않기 위해 타이머를 망가뜨릴 수 없었을 거에요. 그렇다고 설정된 시간에 정전이 되도록 놔두고 싶지도 않았을 거고요. 그래서 결국 범인은 타이머의 눈금을 조작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7시 정각인 것을 7시 20분 정도로 맞춰 놓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예정된 시간이 되어도 불이 꺼지지 않았던 거고요. 모두가 이상하게 여기는 가운데 범인은 상황을 보러 가는 척하면서 화장실에 가서는 그제야 코드를 끊고 타이머를 망가뜨렸을 거예요. 그런 다음 모두에게 알린 거죠. 누군가가 타이머를 망가뜨렸다고." 다카유키는 숨을 삼키며 노부히코를 보았다. 시모조 레이코가 말한 대로였다. 정전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매 먼저 화장실로 간 사람이 노부히코였다. "어이가 없군." 노부히코가 내뱉듯이 말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사장님이 준비한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저 덩치 큰 사람에게 수면제를 먹인 것이죠." 아, 하면서 모두 다구를 보았다. 듣고 보니 또 그랬다. 전날 밤 이 남자가 곯아떨어진 것도 우연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사모님이 걸칠 옷을 가지러 2층 방에 갔을 때 사모님 가방에서 수면제를 꺼내 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녁때 틈을 봐서 맥주에 섞어 저 사람을 잠재웠겠죠. 그런 다음 갖가지 구실을 대면서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 쉴 수 있도록 교섭을 한 겁니다." "그렇군, 생각해 보니 간단한 일이야." 진이 말했다. "다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번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그렇다면 처음 그 제안을 한 인간이 가장 수상하다는 얘긴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대체 증거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리고 내가 왜 유키에를 죽이겠어?" 증거는 없다 해도 그 당황해 하는 모습이 모든 걸 말해 주고 있다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도시아키와 아쓰코도 같은 생각인지 절망적인 눈길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기는 게이코 씨가 얘기한 그대로입니다. 유키에 씨는 도모미 씨를 고의로 살해했어요. 그래서 그 복수를 한 거죠. 사장님이 이 별장에 모두를 소집한 것도 그런 목적이었을 겁니다. 어쩌다 강도들이 나타나서 계획이 좀 변경되기는 했지만 그러한 조건까지 이용한 것이겠죠." "말도 안 되는 소리, 도모미의 죽음이 사고였다고 믿는 내가 유키에를 의심할 리 없잖나." "아니에요. 사장님은 알고 계셨을 겁니다. 처음 도모미 씨의 유품을 건네받은 사람이 사장님이었다고 하던데요. 그때 필 케이스가 비어 있지 않았나요?" "비어 있었다고?" 도시아키가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노부히코의 관자놀이에 한 줄기 땀이 흘렀다. "뭐라는 건지 도무지......." "필 케이스는 비어 있었어요." 레이코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장님도 그때는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겠죠. 그런데 그 후에 사모님이 필 케이스를 열었을 때는 약이 들어 있었어요.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사장님이 봤을 때는 분명히 없었던 약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사장님은 유품을 사모님에게 보이기 전에 유키에 씨에게 맡기셨어요. 그렇다면 비어 있는 필 케이스에 약을 넣은 사람은 유키에 씨라는 얘기가 되죠. 그녀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도모미가 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겠죠." 게이코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말했다. "유키에 씨는 도모미의 필 케이스에 든 약을 수면제와 바꿔 치기한 거예요. 그런데 그녀가 계획한 대로 도모미가 죽었을 경우 걱정되는 점이 있었겠죠. 경찰이 의심을 품고 시신을 해부하는 것. 그러니 어떻게든 약을 먹지 않은 것처럼 보이도록 필 케이스에 원래대로 약을 넣어 둔 거겠죠." "아마 그랬을 거예요. 그리고 사장님도 결국 그 사실을 알아차린 거겠죠. 그래서 언젠가는 유키에 씨에게 복수를 할 생각 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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