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야, 터무니없는 소리 그만하라고!" 노부히코가 입에 거품을 물고 덤벼들 듯한 눈빛으로 시모조 레이코를 노려보았다. 사장으로서의 채면을 송두리째 내던진 그 모습에 모두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모리사키 씨, 왜 그런 짓을......" 기도가 원망에 찬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여보, 당신......." "아버지, 사실대로 말씀해 보세요." 아내와 아들이 절박한 눈으로 바라보자 노부히코도 더는 견딜 수 없었던지, 뒤로 손이 묶인 채 일어나서는 베란다를 향해 뛰어갔다. 어느 틈엔간 발을 묶은 끈은 풀려 있었다. "어, 기다려!" 진과 다구가 쫓아갔다. 그러나 이미 때가 늦었다. 노부히코는 그 나이에 상상도 하기 어려운 민첩함으로 베란다 난간을 넘어 뛰어내렸다. "여보!" 아쓰코가 외친 직후에 무언가가 호수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과 다구가 베란다로 나가 한참이나 호수를 내려다보더니 끝내 포기했는지 안으로 들어왔다. "틀렸어." 진이 말했다. "떠오르지 않아. 안됐지만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이는군." 그 순간 아쓰코가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아아. 이게 무슨 일이람. 죽을 것까지는 없잖아. 뭔가 해결책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중에서도 시모조 레이코는 노부히코를 몰아붙인 책임을 느꼈는지 고개를 푹 순인 채 얼굴을 고통스럽게 찡그리고 있었다. "다구, 사람들을 지켜봐. 후지와 의논 좀 하고 와야겠어." 그러고서 진은 계단을 올라갔다. 후지는 다카유키의 방에 있는 것 같았다. 믿을 수 없는 사건에 모두들 망연자실해 있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아쓰코의 울음소리만 계속 됐다. 잠시 후 2층에서 진이 내려왔다. "당신들에게 좋은 소식이야. 모두들 죽이는 건 취소하기로 했어. 우리는 내일 동트기 전에 나갈 거야. 그때 그쪽에서 제안한 대로 여자의 시신을 가져가도록 하지. 경찰에는 인질로 데려갔다고 해. 그리고 저 남자는 우리에게서 도망치려다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하고. "그 외에는 경찰에 뭐라고 하지?" 도시아키가 물었다. "우리의 인상착의에 대해서는 은행 사람들에게 목격되기도 했기 때문에 지나친 거짓말을 하면 오히려 수상하게 여길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라고. 강도들은 간사이 지방 사투리로 얘기했다. 그리고 그쪽으로 도주한다는 말을 했다. 알았나? 그렇게 하면 경찰의 움직임에 혼선이 빚어지겠지." "알았어. 그렇게 말하지." 유키에의 살인범이 노부히코라는 것은 모리사키가 사람들로서 반드시 은폐하고 싶은 일이었다. 강도들도 그 점의 중요성을 인식했기에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들 두 사람은 그렇다 치고. 나머지 사람들의 입단속도 보장해 주는 거겠지?" 진이 도시아키와 아쓰코 이외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어떻게든 협력하게 할 테니까. 날 믿어." 도시아키가 다카유키와 나머지 사람들을 보면서 대답했다. 굳이 설득하지 않아도 다카유키는 이 일을 경찰에 누설할 마음이 없었다. 게이코도 도모미의 원수를 갚았다는 점에서 노부히코에게 동정적인 듯했고, 기도는 유키에의 범행을 공표하는 일만은 피하고 싶은 눈치니 이 두 사람도 문제가 없다. 남은 사람은 시모조 레이코다. 하지만 그녀도 경찰에 진상을 밝혀 봐야 얻을 게 없었다. 상사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이 앞으로 그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그러니 도시아키는 설득하느라 그리 얘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럼 우리는 출발할 때까지 잠시 눈을 붙이겠어. 다구, 오늘 밤은 네가 지켜야겠다." "난 자지 말라는 거야?" 다구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코를 벌렁거렸다. "어젯밤에 실컷 잤잖아. 나는 여기 온 후로 거의 한숨도 못잤다고." "내가 잔 건 약 때문이잖아." "무엇 때문이든 잠을 푹 잔 건 사실이잖아. 알겠어? 잘 부탁한다." 진이 양주병을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혼자서 어떻게 지키라는 거야?" 다구가 그렇게 말하자 진이 계단에서 멈춰 섰다. "묶여 있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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