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화장실에도 데려가야 하고, 귀찮고 성가신 일은 이제 하기 싫다니까." "나도 싫어. 넌더리가 난다고." 기도가 투덜거렸다. "그래? 그럼 잠깐 기다려 봐." 후지의 방으로 들어간 진이 2, 3분 후에 다시 나왔다. "좋아, 인질을 각자의 방에 넣은 후 밖에서 문을 못으로 박아. 두 명 이상이 같이 들어가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한 명씩이다. 내일 아침에 그대로 두고 나가면 이자들이 거래를 헌신짝처럼 팽개친다 해도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 "좋은 생각인데." 다구가 반가운 듯 얼굴이 환해졌다. "단, 전원은 아니야. 한 사람은 라운지에 남겨 놓고 다구 네놈이 지켜본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이 별장에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곤란하니까 말이야." 다구가 게이코에게 손을 뻗으려 하자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뒤로 뺐다. "이왕이면 인질은 남자로 하라는군, 후지가. 여자는 골치가 아프다고. 화장실에 데려가는 것도 큰일이고." 진이 계단 위에서 말했다. 다구는 불만스러운 듯했지만, 결국 게이코의 팔을 잡으려던 손을 내렸다. "이봐, 거기! 당신이 남아야겠어." 다카유키를 보면서 진이 말했다. "당신 방을 우리가 사용해야겠거든." 그리고 진은 사람들의 손발을 풀어 준 뒤 각자의 방으로 데리고 가 집어넣었다. 그동안 다구는 창고에서 못과 망치를 가져왔다. "단단히 잘 박아. 몸으로 몇 번 부딪쳐도 빠지지 않게 말이야. 이삼 일 갇혀 있다고 해서 쉬이 굶어 죽진 않아. 인간이란 그렇게 생겨먹었거든 그리고 며칠씩 연락이 없으면 회사 사람이나 친척들이 어찌 된 일인지 보러 오겠지." 모두가 방으로 들어가고 나자 진이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다카유키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미안하지만 불편하더라도 좀 참아야겠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우리가 나갈 때는 당신도 방에 처넣을 테니까. 손발을 풀어 주고 말이야."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나?" 다카유키가 말했다. "뭔데?" "은행에서 얼마나 훔쳤지?" 천으로 다카유키의 눈을 가리려던 진이 동작을 멈췄다. "그건 왜 묻지?" "아, 궁금해서 말이야. 도대체 어느 정도의 대가를 기대하고 강도 짓이라는 도박을 하는지." "우리가 뭐 기업도 아니고, 목표한 액수 같은 건 없어. 물론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그렇지. 이번에 3억 정도 털었나." "3억이라......" 그 금액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다카유키는 가늠할 수 없었다. 3억이나, 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겨우 3억, 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3억을 위해서는 사람을 죽여도 괜찮다는 건가." "뭐, 꼭 돈 때문만은 아니지. 사람은 누구나 목숨을 걸고 승부에 나설 때가 있는 법이잖아. 그럴 때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 "글쎄...."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다카유키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곧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눈가리개도 모자라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이다. 그 상태에서 진이 발로 그를 걷어찼다. 볼에 닿는 바닥의 감촉이 차가웠다. "애벌레 같은 꼴을 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원망하지는 마.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우리는 당신네들을 죽일 각오까지 했어. 그런데 누구 하나도 다치게 하지 않아서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고. 두 사람이 죽기는 했지만 그건 우리 탓이 아니잖아?" 진이 그렇게 말하더니 다카유키의 어깨를 톡톡 쳤다. 그리고 진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다구가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만 리드미컬하게 들려왔다. 온몸을 꼼짝도 할 수 없게 묶인 채 다카유키는 혼자 라운지에 남게 되었다. 앞도 보이지 않고, 다만 풀벌레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 옆에서 다구가 지키고 있겠지만 그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이상 고독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다카유키는 지난 이틀 동안 벌어진 일을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별장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설마 이런 사태에 연루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다카유키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강도들에게 감금당했다는 사실보다 유키에의 죽음과 그에 얽힌 진상, 그것이었다. 유키에가 도모미를 죽였다. 그리고 그 복수를 위해서 이번에는 노부히코가 유키에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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