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노부히코다. 이상적인 방안은 물론 대안까지 마련해 놓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진 거군요." "그래,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 노부히코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일이 설마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강도가 침입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 "그런데도 복수 계획을 변경하지 않으신 거군요. 아니죠, 이렇게 복잡한 상황까지 이용하려고 하신 건가요?" "이 상황에서 사람을 죽이면 강도의 짓으로 위장할 수 있겠다고 여겼는데,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지." 노부히코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고는 두세 번 목을 돌렸다. 관절에서 우드득 소리가 났다. "정작 실행하고 보니 유리할 게 전혀 없더군. 최대의 오산은 외부인의 범죄일 가능성을 깡그리 없애고 말았다는 거야.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데, 특수한 환경에서 살인이라는 어마어마한 일을 치르려다 보니 내가 판단력을 잃었던 것 같아." "그래도 일단 목적은 달성했잖습니까." "일단이라....... 그렇군. 그래, 일단은." 노부히코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복수할 상대가 따로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바로 그거야. 유키에를 죽일 때의 얘기를 좀 해야겠군. 우선 예의 문을 잠그지 말고 기다리라는 메모 말이야. 실은 그 메모에 자네 이름을 썼어." "제 이름을요?" "그래. 메모를 쓴 사람이 자네라는 걸 알면 그녀가 메모에 적힌 대로 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리고 그런 내 예상은 보란 듯이 적중했어. 우선 나는 밤새 문틈으로 진이라는 사내의 동향을 살폈지. 언젠가는 화장실에 갈 테니 그 틈을 노리자는 거였지. 그리고 기대한 대로 놈이 사라진 순간, 나는 내방에서 뛰어나가 그녀의 방으로 향했지. 문이 잠겨 있지 않아서 쉽게 들어갈 수 있었어. 유키에는 자지 않고 자네를 기다리고 있더군. 그런데 느닷없이 내가 들어가니까 뜻밖이고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어. 그래서 그녀에게 물었지. 도모미의 필 케이스에 약을 넣었으냐고 말이야." "그랬더니요?" "그녀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듯 했어. 그러다 몇 초 후에 알아차린 것 같더군. 그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부릅떴으니 말이야. 그리고 말하더군. 네, 하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어요, 하고 말이야. 그런데 나는 그 사정이라는 것을 듣지 않았어. 그녀의 반응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틀림없다, 이아기가 우리 딸 도모미를 죽였다, 그렇게 확신했네. 나는 자상한 고모부의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에게 다가가 재빨리 등뒤로 돌아가서는 주저 없이 등에 칼을 꽂았어. 그녀는 거의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지. 고통스럽게, 그리고 슬픈 눈으로 나를 보았을 뿐." 그런데, 하고 말을 이으려던 노부히코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녀가 고개를 힘없이 흔들면서 딱 한마디, 이렇게 말하더군. 다른 사람이에요. 하지만 죄는 같겠죠. 라고 말이야." "죄는 같다?" "그래,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그러니까 그녀는 필 케이스에 약을 넣은 것은 인정하지만 죽이려고 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런데 난 그 시점에서는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네, 사람을 죽였다는 공포감 때문에 머리가 전혀 돌아가지 않았어. 메모를 처리하고 한시바삐 그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지, 나는 문을 조금 열고 바깥을 살피면서 진이 아직 돌아 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그녀의 방에서 나오려고 했어. 그런데 그때 등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거야." 노부히코가 다카유키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보니 유키에가 일기장을 찢고 있더군. 그녀가 그걸 어떻게 한 줄 아나?" 다카유키는 고개를 저었다. 노부히코가 말했다. "자기 입속에 밀어 넣었어." "입속에요?" "아마도 그 페이지에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숨겨야 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거겠지. 난 그걸 빼앗고 싶었지만 그때 공교롭게도 진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우물쭈물할 여유가 없었어. 그래서 곧장 내 방으로 돌아갔네. 유키에가 찢어 낸 페이지에 도모미를 죽인 사실에 대해 적지 않았을까, 그래서 사람들 눈에 띌까 봐 그런 짓을 한 게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했지." 그렇군. 그녀가 입속에 넣어 버렸단 말이지. 그렇다면 발견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니,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거야. 나는 혼란스러웠네. 그리고 전혀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 노부히코의 관자놀이가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다카유키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가능성...... 이라면 어떤?" "그녀가..... 유키에가 누군가를 보호하려 했을 가능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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