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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

"323"

by inhyuk9501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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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에는 몸을 떨며 얼굴을 들더니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다카유키를 외면한 채 얘기를 시작했다. "그날 전 도모미 언니와 교회 근처에 있는 찻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도모미 언니가 먼저 연락을 해서 할 얘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왜 그런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는지 그때는 전혀 몰랐어요. 만나서도 언니는 좀처럼 본론을 꺼내지 않았어요. 그러다 약을 먹어야겠다면서 필 케이스에서 약을 꺼내더군요. 무심결에 그 약을 본 저는 깜짝 놀랐어요. 그 약은 진통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아주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약이었어요. 제가 그 얘기를 했더니 언니가 깜짝 놀라는 얼굴을 하더니 이내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었어요. 그리고 말하더군요. 어머나, 정말이네. 내가 잘못 넣었나 봐. 그렇게요. 언니는 결국 그 약을 먹지 않았어요. 제가 우연히 언니가 먹는 약과 똑같은 약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두 알을 언니에게 주었죠. 그런데 도모미 언니는 그때부터 얘기를 하면서도 정신이 다른 데 가 있는 것 같고 안색도 몹시 안 좋았어요. 헤어질 때 언니에게 나를 만낫 하려던 말이 뭐냐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먹지 않았다고? 도모미가 수면제를 먹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 얘기를 들었는 때 퍼뜩 깨달았어요." 아쓰코가 입을 열었다. "도모미는 자신의 약을 바꿔치기한 범인이 누군지 알았던거예요. 다카유키 씨. 당신이죠?" 다카유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부정해 봐야 무의미할 것이다. "가엾은 그 아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살해당할 뻔했어요. 그걸 알았을 때 그 아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다카유키 씨, 당신은 아나요? 그 아이는 살아갈 희망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예요." 그랬었군, 하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이제야 모든 것을 알 것 같았다. 필 케이스에 약이 들어 있었던 것은 누가 넣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역시 그녀는 약을 먹지 않은 것이다. "덧붙여 말하지. 거기까지 알았을 때 우리가 받은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네. 다카유키 군. 우리는 자네를 용서할 수 없었어. 어떻게든 복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대체 어떻게 진상을 증명할 수 있겠나?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어. 증인도 없었고. 무엇보다 도모미의 죽음은 자살이지 자네에게 살해당한 것이 아니었네. 살해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서 이런 연극을........"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은 자네에게 살의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점이었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자네가 도모미의 죽음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살의를 품을지 어떨지. 그걸 지켜보는 방법밖에 없었지. 상황을 거기까지 만들어 가느라고 고생이 많았어. 연극을 아는 아내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나 도시아키의 연기는 엉망이었지."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훌륭한 연기력이었습니다." 누구의 목소리인가 했더니 다구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소개하지. 내가 고문으로 있는 극단의 다구치 단장님이네, 그리고 진노 군." 다구와 진이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시모조 양과 기도 군, 초보자들만 있어서는 불안하니까 중요한 역할은 프로에게 맡겼네." "그리고 두 사람 더 있습니다." 다구치가 말했다. "경찰 역의 두 사람이요." "그렇군. 그 두 사람이야말로 보이지 않게 큰 역할을 해 주었지. 후지 역을 하고, 전화를 걸고,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나를 살려 내고 하느라고 밀이야." "하지만 이렇게 까지 멋지게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게이코 씨의 각본이 훌륭했던 덕분이죠. 정말 멋졌습니다." 진노가 그렇게 말하자 게이코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카유키는 그런 대화를 나누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아니, 실제로 모든 것이 허구였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자신이 모든것을 잃었다는 사실만이 현실이었다. "내가 아까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했는데." 노부히코가 다카유키를 내려다 보면서 말했다. "자네로서는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을 거야. 예의 필 케이스에 들어 있는 약 말이지. 도모미가 먹지 않았다면 자네가 바꿔치기한 수면제가 그대로 남아 있었어야 하지. 결정적인 증거는 될 수 없어도 물적 자료의 하나는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우리가 왜 그걸 경찰에 제출하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나?" 듣고 보니 그랬다. 그 약은 어디로 갔을까. 다카유키가 고개를 들었다. "다른 약이었어." 노부히코가 말했다. "수면제가 아니었다는 말이네. 안에 들어 있는 약은 진통제였어." "네?" "그러니까," 노부히코가 입술을 핥았다. "도모미는 유키에에게 받은 약을 필 케이스에 넣고 수면제를 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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