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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

"315"

by inhyuk9501 202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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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결혼식 날짜가 다가왔다. 도모미는 결혼식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가고 있었다. 이미 뒤로 물러설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때, 일과 관련해서 알고 지내는 지인에게 약을 얻었다. 수면제였다. 하얀 캡슐로, 효과가 좋다고 했다. 다카유키가 요즘 잠을 잘 못 잔다고 하자 두알을 준 것이다. 그 약을 보았을 때 다카유키의 머리에 붙길한 상상이 떠올랐다. 그 약은 도모미가 복용하는 생리통 약과 아주 흡사했다.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지만 바꿔놓으면 모르고 그대로 먹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도모미가 마지막으로 얘기할 게 있다면서 교회로 가던 날 아침, 다카유키는 틈을 보아 필 케이스 안의 약을 바꿔치기했다. 그녀가 생리 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를 배웅한 후 다카유키는 후회와 불안에 휩싸였다. 그녀가 과연 그 약을 먹을까, 약을 먹고서 운전 중에 졸다가 사고를 일으킬까, 내가 이 무슨 끔찍한 짓을 한 것인가..... 하지만 그녀가 반드시 죽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딘가에서 잠시 잠을 청할 것이다. 괜찮다, 죽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으로 어떻게든 일이 잘 풀려서 사고가 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그날은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연락이 조금만 늦게 왔다면 다카유키 쪽에서 교회로 전화를 걸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연락이 왔다. 불행하게도, 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도모미의 죽음을 알리는 연락이 었다. 그 순간 두 가지 감정이 그의 가슴에 움텄다.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제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 그럼에도 차를 몰고 도모미의 시신을 인수하러 가는 동안에는 그녀와의 즐거웠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 추억은 그의 마음을 격렬하게 뒤흔들었다.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두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도모미를 죽이고 말았다. 다카유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경찰서로 달려갔다. 시신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령 그녀의 시신에 상처 하나 없었다고 해도, 그럴수록 더욱이 똑바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도쿄로 돌아오는 도중에 도모미의 유품을 볼 기회가 있었다. 필 케이스를 들여다본 것은 그녀가 역시 수면제를 먹고 죽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케이스 안에는 약이 들어 있었다. 하얀 캡슐 두 개. 그렇다면 도모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때의 기쁨을 다카유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자신이 도모미를 죽였다고 믿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도모미는 정말 사고로 죽은 것이다. 다카유키의 마음속에서 죄책감이 점차 엷어져 갔다. 약혼자를 죽이려 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겠지만, 아무튼 그녀의 사인과는 무관하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단숨에 풀렸다. 그래서 다카유키는 이 별장에 와서 게이코의 추리를 듣는 동안에도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도모미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그 범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시모조 레이코의 추리를 들었을 때였다. 그녀는 유키에가 도모미의 필 케이스에 약을 채워 넣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도모미가 그 약을 먹었다는 뜻이 된다. 그녀가 먹은 약은 어떤 약이었을까? 그리고 노부히코의 말을 들었을 때 마침내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교회 근처에서 도모미를 만난 유키에는 도모미의 필 케이스에 들어 있는 약이 수면제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약을 바꿔치기한 사람이 다카유키라는 사실도 아마 눈치챘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도모미의 유품을 보았을 때 몰래 약을 채워 놓은 것이다. 물론 그러한 행동은 도모미를 살해한 범인인 다카유키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마도 그런 내용이 유키에의 일기장에 쓰여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죽기 직전에 그 페이지를 어떻게든 숨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려면 삼키는 수밖에 없다. 아마 노부히코의 추리가 맞을 것이다. 다카유키는 노부히코의 목을 조르는 손에 힘들 주었다. 이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노부히코가 모든 것을 명백하게 밝히면 다카유키의 범행도 표면화될 것이다. 노부히코를 죽여서 다시 한 번 베란다 너머로 던져 버리면 아무도 진상을 알 수 없다. 노부히코의 눈에 슬픈 빛이 어렸다. "용서하십시오." 다카유키는 고개를 돌리고 두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때 갑자기 주변 분위기가 달라졌다. 라운지 전체가 밝아 진 것이다. 다카유키는 노부히코의 목에서 손을 떼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2층 복도에 모두가 나란히 서서 그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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