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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기도가 두 파에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너희들이 한 짓이잖아." "난 모르는 일이야." 너희들, 이라고 복수로 말한 것이 거슬리는지 다구가 불끈화를 내며 말했다. "난 내내 자고 있었다고." "그래, 그랬지." 진이 다구를 향해 말했다. "넌 자고 있었어. 이 중요한 때에 말이지. 나는 밤새워 이 집을 지키고 있는데, 너는 바로 옆에서 코를 드르렁거리면서 잤지. 덕분에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지고 말았어. 정말 골치가 아프군."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다구가 같은 말을 집요하게 반복했다. "그저 자고 있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은지 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아쓰코, 당신은 밤새 잤어?" 노부히코가 아내에게 .. 2022. 1. 2.
"177" 기도가 막무가내로 덤비자 전이 발악했다. 다구가 기도의 목덜미를 움켜쥐더니 그대로 벽에 내동댕이쳤다. 기도는 벽을 타고 무너져 내리듯 쓰러졌지만 이내 고개를 번쩍 들고 진을 올려다보았다. "네놈이지, 네놈이 유키에 씨를 죽였다. 그렇지?" "뭐라고? 이 자식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진이 기도의 몸을 두세 번 걷어찼다. 기도는 얌전해졌지만 훌쩍거리는 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기도의 행동을 보면서 다카유키는 꿈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은 현실이다. 유키에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살아날 수 없다. "대체 누구야?" 진이 권총을 겨눴다. "누가 이 여자를 죽인 거야, 어? 불어. 당장 불라고!" 인질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것은 자신들 중에 범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피.. 2022. 1. 1.
"169" 아,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자신은 지금 강도들에게 감금되어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을 마구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폭죽 소리라고 생각한 것은 그 소리인 듯했다. 일어나 문을 열었다. 진의 뻘건 눈이 바로 앞에 있었다. "실컷 잔 모양이군." 그는 분하다는 듯이 말했다. "난 한숨도 못 잤다고." "그거 미안하게 됐군." "그거 미안하게 됐군."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얼빠진 소리를 하고 말았다. 그가 잠을 잤든 안 잤든 다카유키가 알 바 아니었다. "개운하게 세수를 하고 밑으로 내려간다." "라운지에서 또 눈싸움을 하자는 건가?" "투덜거리지 말고 하라면 해." 진이 권총을 들이댔다. 그 총구도 처음 봤을 때보다는 위압감이 덜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진의 지시대로 세수를 하고 .. 2022. 1. 1.
"165" 전원을 데리고 창고로 간 진은 도시아키에게 자물쇠를 찾으라고 일렀다. 자물쇠는 전부 일곱 개가 있었고, 모두 상자에 들어 있는 새 물건이었다. "그대로 계단을 올라간다.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가자 맨 먼저 유키에가 방으로 들어갔다. 바깥창문에 빗장을 걸고 거기에 자물쇠를 채웠다. 열쇠는 두 개다 진이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샤워도 하고 느긋하게 쉬라고." 유키에를 방에 남겨 두고 문을 닫을 때 진이 오랜만에 여유를 보이며 말했다. 어찌 됐건 일단은 강도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덕분인지 유키에도 상당히 안도하는 표정을 보였다. 그녀는 다카유키와 눈이 마주치자 긴 속눈썹을 내리깔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게이코에 이어 시모조 레이코가 똑같은 방식으로 자기 방에 갇혔다. 그다음 아쓰코 차례가 되었을 때였다.. 2021.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