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6 곤봉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을때, 울프는 깨달았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칼리드를 향한 그의 공격이 충분했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비명을 지르며 출구로 달아나던 방청객들이 쏟아지는 경찰 병력에 밀려 뒷걸음질 쳤다. 배심원 사만다 보이드는 바닥에 쓰러져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몇 미터 앞의 소동은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떤 여자 하나가 사만다를 일으켜 세우더니 법정 밖으로 인도해 주었다. 도움을 받아 간신히 법원 중앙 로비까지 나온 사만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 밀려 다시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거기서 20미터 높이에 이르는 웅장한 돔 천장과 육중한 조각상,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벽화를 망연자실한 채 올려다 보았다. 사만다의 눈앞에 보이는 법원의 육중한 .. 2022. 1. 18. 그 무렵 런던 경시청 감사위원회가 재판부에 편지 한 통을 증거로 제출하자.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무죄판결이 날 것을 확신했다. 마지막 살인이 일어나기 며칠 전에 작성된 그 편지는 울프의 수사 방식과 정신 상태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편지를 작성한 익명의 수사관은 울프가 사건에 집착한 나머지 범인 검거에 혈안이 되어 있다며, 즉시 이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이 칼리드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런던 경시청장과 수사국 차장은 부실 수라를 묵인했으니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았다. 한편, 온갖 타블로이드 지는 울프 수사관이 원래 알코올 중독자이고 가정 폭력 때문에 이혼을 했다는 등의 스캔들 기사를 쏟아냈다. 재판 마지막 날의 변론은 예상대로 진행되었다. 검사와 변호사가 최.. 2022. 1. 18. 프롤로그 배심원 사다만 보이드는 법원 앞에 둘러진 폴리스라인을 뚫고 나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지금 중대 형사 재판이 열리는 곳으로 악명 높은 올드 베일리앞에 서 있다. 건물 꼭대기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의의 여신상은 원래 정의를 추구하는 강인함과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함을 상징할 의도로 만들어졌겠지만, 사만다는 거기서 그 허상을 엿보았다. 정의의 여신상은 도리어 사법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지붕 꼭대기에서 건물 아래로 몸을 던지려는 여자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했다. 오늘도 법원 앞에 벌떼처럼 몰려든 기자들 덕분에 인근 도로와 지하철역은 마비되었다. 사만다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갔다. 재판 시간에 늦어 지하철역에서부터 부랴부랴 뛰어오느라 땀이 비 오.. 2022. 1. 18. "323" 유키에는 몸을 떨며 얼굴을 들더니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다카유키를 외면한 채 얘기를 시작했다. "그날 전 도모미 언니와 교회 근처에 있는 찻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도모미 언니가 먼저 연락을 해서 할 얘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왜 그런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는지 그때는 전혀 몰랐어요. 만나서도 언니는 좀처럼 본론을 꺼내지 않았어요. 그러다 약을 먹어야겠다면서 필 케이스에서 약을 꺼내더군요. 무심결에 그 약을 본 저는 깜짝 놀랐어요. 그 약은 진통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아주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약이었어요. 제가 그 얘기를 했더니 언니가 깜짝 놀라는 얼굴을 하더니 이내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었어요. 그리고 말하더군요. 어머나, 정말이네. 내가 잘못 넣었나 봐. 그렇게요. 언니는 결국 그.. 2022. 1. 17. 이전 1 2 3 4 5 ··· 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