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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좋으실 대로 좀 어질러져 있지만." 그러나 아무도 일어서려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살피는 눈치였다. 사실은 혼자 있고 싶은데, 자신이 없는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모르니 자리를 뜰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진과 다구는 여전히 총을 겨누고 있었다. 커튼을 꼭꼭 닫힌채였다. 이제는 경찰도 순찰을 돌지 않는 듯했다. 분위기의 무거움이 최고조에 다했다고 여겨졌을 때였다. 느닷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전원이 몸을 움찔했다. 진이 벌떡 일어서더니 아쓰코에게 총구를 겨눴다. "받아, 몇 번이나 말하지만 허튼짓은 하지 말고." "나도 알아요." 아쓰코도 이런 상황에 많이 익숙해졌는지, 긴장은 해도 겁먹은 기색은 아니었다.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그런데 수화기를 들기 직전에 벨 소리가 멈췄다. "뭐야, 잘못.. 2022. 1. 9.
"245" 다카유키는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걸 도모미에게 줄 수는 없으니 혼자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초콜릿은 달콤하고, 그리고 조금은 씁슬했다. 그 후로 유키에와 단둘이 만난 적은 없었다. 아니, 얼굴을 마주하는 일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 도모미는 여전히 연극이나 콘서트를 같이 보러 가자고 하는 모양이었지만 유키에가 갖은 이유를 대면서 거절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 무렵 유키에의 행동을 생각하면 게이코의 추리와 어긋나는 점이 있다. 가령 유키에가 다카유키를 사랑했다고 해도, 그녀는 그를 포기하려 한 것이 명백하다. 그런 그녀가 도모미를 죽이면서까지 자신의 사랑을 이루려고 했을까. 더구나 도모미가 죽은 후에도 다카유키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다카유키가 .. 2022. 1. 9.
"241' 좀 겸연쩍은 화제라서 다카유키는 일부러 농담처럼 말했다. 그런데 유키에는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그렇지 않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도모미 언니와 다카유키 씨는 가장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게 될 거에요. 내가 보장해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강경한 말투였다. 다카유키가 당황스러워하자 그녀는 흥분한 자신을 부끄러워하듯 하얀볼에 두 손을 댔다. "미안해요. 보장이라니. 그런 건방진 말을.... 제가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행복할 텐데." "아닙니다. 유키에 씨가 보장해 준다면야 그보다 든든한 일이 없죠. 도모미 씨에게도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다카유키가 웃으면서 말하자 그녀는 또 그녀답지 않은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도모미 언니에게는 말하지 마세요."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2022. 1. 9.
"235" "저는 그런 말을 절대 믿을 수 없습니다. 유키에 씨가 사람을 죽이다니, 그런 발상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에게서는 나올 수 없어요." 기도가 독기를 품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길게 늘어놓은 추리도, 그야 물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이렇다 할 증거가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전부 억측에 불과하죠. 그렇다면 제가 처음에 제기한. 두 여자를 살해한 범인이 동일 인물일 것이라는 가설과 별 차이가 없죠. 아니,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복수설보다 동일설 쪽이 유력하다고 봅니다. 우선...." 거기까지 말하고 그는 게이코를 보았다. "당신에게 도모미 씨 살해의 동기가 있다는 것이 아직 해결 되지 않았어요. 복수설 따위의 가증스러운 가설로 모두를 속이려는 수작으로 느껴지는데, 난." "아니죠. 증거가 없다고는.. 2022. 1. 8.